與 김남국·전용기 "군가산점제 부활, 남성경찰 차별 바로잡겠다"
진중권 "성추행 선거 교훈이 '안티페미'…질 나쁜 포퓰리즘" 지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여야가 4·7 재보궐선거 이후 앞다퉈 '이대남'(20대 남성)을 향한 구애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18·19세와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은 잇따라 청년, 특히 '이대남'을 호명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했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위헌 판결로 사라졌던 군가산점제를 되살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흐름은 페미니즘으로까지 옮겨붙었다. 민주당이 20대 남성에게서 외면받은 것이 페미니즘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여야 모두에게서 나왔다.

그러자 이 같은 주장은 '애먼' 페미니즘을 때리는 반여성주의이며, 20대 남성의 표심을 젠더 구도를 이용해 손쉽게 설명하려는 게으른 분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남국·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참여하며 논쟁의 판이 커졌다.

◇與, 선거결과 충격에 '이대남' 호명…이준석 "내 날갯짓에 쓰나미"

선거 결과를 성별 구도에 기대 분석하는 모습은 주로 민주당에서 노출됐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12일 의원들 모임에서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발언이 나왔고, 다른 의원들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정한도 용인시의원은 지난 12일 출마를 선언하며 "여성 우대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청년 여성이 약자고 피해자라면 청년 남성도 약자고 피해자"라며 "청년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것이 선이다.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면 공감도 얻지 못하고 반감만 크게 살 뿐"이라고 하기도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남성 경찰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겠다"고 했고,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공기업 승진에 군 경력을 반영하고, 군가산점제 재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군가산점제이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며 "구체적 안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도 "정부가 여성을 배려하며 내놓은 각종 정책과 발언들은 보편적 의제로 다가가지 못하고 청년 남성들을 수혜자처럼 취급하고 배제했다"며 "그들의 합리적 비판을 '한줌의 혐오'로 취급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대통령선거 도전 의사를 밝힌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들고 나왔다. 다만 그는 20일 페이스북에 "여당이 구애작전에 나선 것이라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들이 있어 아쉽다"며 이것이 '이대남'을 의식한 결과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좁은 해석으로 건강한 논쟁으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헐값에 청년을 동원하는 과거의 방식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성평등이라고 이름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의 표가 갈 일은 없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4·7 재보선 이전에도 이 같은 견해를 계속해서 밝혔는데, 민주당에서 선거 패배 이후 '이대남'이 의제화되는 것을 보고 "이준석이 날갯짓했더니 민주당에는 쓰나미가 닥친 듯"이라고 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원순 피해자 2차가해'…"여성주의 정당 아니었다"

4·7 선거에서 20대 남성의 표심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사실이다. 출구조사에서 18·19세와 20대에서 남성은 22.2%가, 여성은 44.0%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을 지지한 남성은 72.5%, 여성은 40.9%였다.

남성은 양당 지지도 간 차이가 50.3%p까지 벌어진 셈이다. 또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민주당 지지에서는 21.8%p, 국민의힘 지지에서는 31.6%p로 나타난 주목할 만한 결과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상 20대 남녀 간 격차가 이만큼 벌어진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고, 20대 남성에서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민주당의 페미니즘 표방'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에는 논리적으로 빈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이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기보다는 젠더 갈등 구도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먼저 민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부터 최근 선거에 이르기까지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호소인' 호칭이 나왔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선거 기간 중 '박 전 시장이 그립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여성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이라고 하기에 어려웠고, 실제로 여성주의 단체들의 많은 지탄을 받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인 건 젠더 관련 이슈가 불거졌을 때보다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 사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논란이 벌어졌을 때라는 분석, 정권 초기부터 이미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여성보다 낮았으며 이를 감안하면 '이대녀'의 지지율 하락도 만만찮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20대 남성을 상대로 한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9년 2월 20대 남성을 가리켜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라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라고 말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후보 본인이 실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대가)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진중권 "이대남 표심, 사회적 접근해야…정치가 해결할 영역"

진중권 전 교수 등은 이런 점을 들어 정치인들의 '이대남' 표심 분석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언론 기고나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20대 남성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성적 해법을 모색하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고 그들의 감정에 편승해 표 받을 궁리나 하는 '질 나쁜 포퓰리스트'만 눈에 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성추행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 아닌가. 그런데 선거를 통해 얻은 교훈이 '안티 페미니즘'"이라며 "'이대녀'의 것은 표심도 아닌가"라고 분석의 초점이 '이대남'에게 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정치인이라면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의 진짜 원인을 파악해 그들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정식화할 의무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도 논평을 통해 "2030 청년세대의 표심을 잡겠다며 등장한 남성 청년 정치인들은 남성 청년의 삶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이용해 자신의 자리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20대는 '생존세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여성우대'라는 이름을 정책에 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여성의 표를 얻으려 정무적 태도로 정책에 임해서였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 문제에 관한 정치인들의 분석이 여성주의에 기대서는 안 된다며 "젠더갈등을 자극하는 결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국가나 사회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치인들이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저출산과 젠더갈등이 심각한 것이 현실인데, 여성과 남성을 갈라쳐서 싸우게 만들 것인지 소통하고 대화하게 만들 것인지는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성별을) 갈리치기하는 이분법적 대립방식은 정말 퇴행적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권심판론'이었다"고 강조했다.(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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