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정상회담 논의 중…협력할 여지 남아있다"
러시아 북한, 이란 역할에 미국 대응한 측면 강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은 긴장을 완화할 때"라며 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함께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자고도 촉구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양국(미국과 러시아)은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제재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말로 운을 뗐다.

앞서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개입 의혹과 미 연방기관 사이버 해킹 사건인 솔라윈즈 공격 등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 민주주의에 계속 간섭하기로 한다면, 미국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더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 두 사람의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며 "양국은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러시아의 도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란과 북한의 핵을 이유로 대화에 나서겠다고 한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뿐 아니라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 때문에 미국의 최대 관심국가이다. 북한은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국가여서 수퍼파워국가를 지향하는 미국에 걸림돌인데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미국에 부담이 되는 국가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이란을 두둔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양자 협력문서 서명식을 가졌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탄즈 핵시설 피습 사태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 있어서 이란의 협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으로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 연대해 미국에 대응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중국에 힘이 실리고,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일본·인도·호주 등이 참가하는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고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나란히 동북아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등을 방문하는 등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러시아는 중국과 급격히 가까워지는 모양새를 취했다.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22일 구이린(桂林)에서 만나 미국을 겨냥해 한목소리를 냈다. 두 장관은 "미국이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평화·발전에 초래한 손해를 반성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괴롭힘과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러 양국 정상의 회담 가능성까지 엿보였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 때문에 북핵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가 곤란하지만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따라서 러시아는 북핵 문제를 유엔에서 다루도록 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를 하려는 의지를 보인데는 러시아가 지닌 특별한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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