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피해 악화, 국민적 피로도, 한미 양국 압박 복합적으로 작용

SK이노베이션 미 조지아공장 건설 현장 전경. ⒸSK
SK이노베이션 미 조지아공장 건설 현장 전경. ⒸSK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햇수로 3년간 계속되던 배터리 분쟁에서 전격 합의했다. 한미 양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한쪽이 패했을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최종합의는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지 만 2년만이다. 양사가 전격 합의에 이른 배경으로 오래 지속된 분쟁으로 인한 피해 악화, 국민적 피로도, 한미 양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양사가 합의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 분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국면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지난 2월 10년 간 수입금지 결정을 받은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산되고, 합의마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내 첫 배터리 공장인 조지아공장을 ‘시한부’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에 26억 달러(한화 2조9,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9.8GWh)은 폭스바겐, 2공장(11.7GWh)은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공장인데 1공장은 2년, 2공장은 4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받았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바이든 거부권도 나오지 않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1공장은 내년 말까지만 가동 후 문을 닫고, 현재 터파기 작업이 진행 중인 2공장은 건설 작업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로, 헝가리로 이전을 한다고 해도 그 비용출혈이 큰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철수는 단순히 특정 시장을 포기하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데 결정적 흠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존 수주 고객인 폭스바겐과 포드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도 소송전을 지속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거부권이 최종 무산되고 합의에 진전이 없었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 철수와 함께 ITC 소송 항소, 민사소송인 미 델라웨어 연방법원 손해배상 소송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었다.

ITC에서 제대로 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판단받지 못한 만큼, 정식 법원인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다퉈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나오는 LG의 피해 액수 등을 기반으로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ITC 항소법원 1년, 델라웨어 법원 최장 5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분쟁이 지속될 경우 져야 할 경영 리스크 부담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양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지 타격을 상당히 입은 부분도 합의에 이르는데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포드와 폭스바겐은 자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싸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각각 4년, 2년 안에 새 공급사를 찾아야 하는 이들 기업이 차기 파트너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은 분명하다. 이들 외의 완성차 브랜드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과, 파나소닉, BYD 등 중국·일본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며 선전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의 K-배터리 위용이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양사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 경찰, 검찰 등에 고소전을 했고, 미국 ITC에 제소하기에 이르면서 이 과정에서 서로 낯 뜨거운 비방전을 일삼았다. 이로 인한 국민적 피로도도 높은 상황이었다.

또 한미 양국에서 합의를 하라는 압박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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