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무거워진 여권 대선주자들...이재명 뜨고 이낙연 추락
정세균, 출사표 임박...추미애, 이광재·임종석 '기회' 엿봐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과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과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경기도청

4·7 재·보선 충격적 참패로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차기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두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경쟁 양상이 이 전 대표의 추락으로 이 지사가 독주하는 1강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는 4·7 재보선 패배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후보 선출부터 유세까지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 전 대표는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이 내년 3월 차기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전 대표의 위상도 위협받게 됐다.

 ◇이재명 독주 지속될 듯…이낙연 '치명타'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4·7 재보선이 이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9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곧바로 4·7 재보선 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이 전 대표의 사퇴는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일(2022년 3월9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조항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곧바로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은 일종의 '승부수'였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 취임한 뒤 대선주자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당 대표를 맡기 전 한때 40%선을 넘나들던 그의 선호도는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해 벽두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은 게 치명타였다.

이 상태로 대표직을 물러날 경우 대선주자 경쟁에서 반등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이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4월 재보선에 출정했다. 이 전 대표에게 4월 재보선은 대선주자로서의 시험대이자 지지율 회복의 마지막 기회였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번 선거는 이낙연의 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선대위원장은 공천부터 선거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우선 이 전 대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이번 보궐선거의 공천을 결정했다. ‘민주당 인사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인한 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기존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4·7 재보선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대문이다. 그러나 4·7 재보선이 참패로 끝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실제 4·7 재보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이 전 대표 지지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10~12일 사흘간 실시한 조사결과 보도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이 지사는 지난달(24.6%)보다 0.6%포인트(p) 오른 25.2%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달(13.9%) 대비 3.7%p 하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4월 2주차(12~14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NBS,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주와 비교해 2%p 오른 26%로 나타난 반면, 이 전 대표는 지난주 대비 2%p 떨어져 8%에 머물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상대적으로 이 지사는 출혈이 적었다. 그간 당 외곽에서 활동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선거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는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측면 지원하면서 당내에서 “할 수 있는 성의를 다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당 위기 해법을 둘러싼 논란 속에 당초 7~9월로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 일정 연기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지사에게 고민거리다. 실제로 이 지사 견제를 위해 친문 세력이 경선 연기론을 밀어붙이면 양측 간엔 사생결단식의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문 후보들의 도전…정세균, 이광재, 추미애 등 거론

민주당 대선구도가 ‘이재명 대(對) 이낙연’ 의 2파전 양상에서 이 전 대표의 하락으로 이 지사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친문(친문재인) 진영 후보 출마설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주자는 ‘친문 제3후보론’으로 거론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다음 주로 예정된 이란 출장을 마치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뒤 곧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그는 당내 우군이 많은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친문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다. 온화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권력 의지와 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총리는 출신(호남)·경력(총리)이 인 전 대표와 겹치는데다 본인의 총리 재임 기간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부담이다.

또 다른 ‘제3후보’ 주자로 거론되는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특히 더 강한 개혁을 하지 못해 4·7 재보선에서 패배했다고 보는 강성 지지층에선 추 전 장관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이 떨어지는 건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박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부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원 출신인 이 의원이 PK(부산·경남)에 공을 들이며 외연을 확장한 것은 대권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당 안팎에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두관·박용진 의원 등도 거론된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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