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자택일 압박 속 '줄타기 외교' 성공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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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자택일 압박 속 '줄타기 외교' 성공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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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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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략적 모호성'에도 원칙 필요" 한목소리
"과학기술 분야 '게임체인저' 되면 누구도 무시 못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모호성' 외교 전략이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근본적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중 관련 사안이 나오면 어김없이 우리나라가 양자택일 압박을 받는다는 것. 그러나 미중 간 '줄타기 외교'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전략이라면 성공 조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동맹 강화를 기치로 내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맹국을 규합해 동북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또 바이든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훼손된 유럽과의 관계 정상화도 도모하며 반중전선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반중전선 구축에 우리나라 또한 적극 동참할 것을 바라고 있는 상황. 미 고위당국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 견제 전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협의체)에 "한국도 "비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구상에서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중협력을 내세우면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직격타'를 맞았던 우리나라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기조가 뚜렷하다. "실체가 없다"며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카드를 계속 쥐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미중 간 외교전 속에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에서 개최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각각 참석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하는 우리 외교의 현 주소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 외교가 실리를 챙기고 있는지를 놓고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거치며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미국과 중국도 확인할 수 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에 공감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전략적 모호성'도 원칙 없으면 실리 못 챙겨"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우리 외교전략에 있어 '방향타' 기능을 할 원칙이 부재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오래된 '숙원 과제'라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중 양쪽에서 한국을 끌어당기는 모습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몇 가지 명확한 원칙 하에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더 늦어지면 '기회의 창'이 닫힌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되 일정 부분 손해 볼 각오도 해야 한다. 완벽하게 미중 양쪽으로부터 손해를 안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원칙에 따른 한국의 쿼드 참여'를 주문했다. 박 교수는 "쿼드는 중국에 대해 군사적 억지력을 행사하는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질서를 이 협의체를 통해 끌고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우리도 같이 가야 한다. 그런 틀 내에서 중국이 같이 협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중국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좀 더 협력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한국이 견인하는 것, 그게 바로 '촉진자'의 역할"이라고도 말했다.

◇"美 '동맹'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 목소리 내는 게 중요"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우리 외교의 원칙 설정이 급선무"라며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라고 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그에 맞게 일관된 행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화상으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달 12일 화상으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 센터장은 특히 "쿼드 등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가 무엇이든 우리가 회피해선 안 된다"며 "일단 참여해고, 그 안에서 중국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센터장은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의 언론발표문에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언급이 상당히 '톤다운'됐다. 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에서 한국이 중국 문제를 두고 완충작용을 한 실제 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 센터장은 "우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역할도 했다"며 "쿼드와 관련해서도 이런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원칙이 없다 보니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압박이 두려워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라며 "원칙을 잘 이행하면 처음엔 중국의 압박이 있어도 나중에 '한국의 외교 원칙은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할 거다. 그러면 제대로 된 협력의 관행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분야 '게임체인저' 되면 균형외교 가능"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우리 외교의 '원칙 설정'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미중 모두에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력을 적극 키워 때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필요에 따라 미국을 지지하고, 중국을 지지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여기엔 원칙이 필수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의 생명·안전에 관한 문제에선 우리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아시아 혐오 범죄, 그리고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내부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위원은 "미국이 일방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면 우리도 편하게 미국에 경사된 외교를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 못지않게 중국의 지위도 올라가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쏠리면 감당하지 못하는 손실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 △협력적 △경쟁적 3가지로 나눈 사실을 들어 "적대적 관계는 이데올로기 차이 때문에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반면, 협력적 관계는 기후변화·환경 등 미중이 협력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이고, 경쟁 관계는 인공지능(AI)와 5세대(5G) 이동통신과 같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경쟁 분야 대응을 위해 동맹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적대적 가치나 이념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하려면)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 능력을 배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미국은 우리와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배제할 수 없고 중국도 거대한 시장을 고려하면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과학기술과 같은 우리의 '게임체인저' 요소를 늘려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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