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누빈 安…김종인 떠난 후 합당 행보 주목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못지않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선거지역 곳곳을 누비며 '전폭 지원'에 나섰다. 안 대표는 지난달 23일 오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후 선거운동 개시일이던 지난달 25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내 선거처럼' 국민의힘 지원유세에 나선 것이다.
그는 오 후보를 지원하면서 "단일화를 꼭 이뤄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또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려면 오세훈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수만 있다면 목이 터지더라도 오세훈 후보를 백번 천번 외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오 후보는 "정말 넓은 마음으로 이렇게 와서 여러분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가셨습니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안 대표는 부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안 대표는 "부산은 내 고향"이라며 지난 1일 부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도와 유세를 펼쳤다.
서울·부산 외 다른 지역 선거에도 나섰다. 그는 지난 4일 경기 구리전통시장을 방문해 백현종 국민의힘 경기도의원(구리시) 후보를 지원했다.
'투표에 꼭 참여해달라'는 국민의힘 지도부 메시지와 입을 맞추기도 했다. 안 대표는 전날(5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는 심판"이라며 "꼭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오 후보는 안 대표와의 '궁합'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안 대표가 참여한 유세 현장에서는 "이것이 여러분에 보여드리고 싶던 새 정치"라며 안 대표를 치켜세웠고, 지난 4일에는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안 대표와 손을 잡고 '시민 속 유세'를 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저희 둘이 지난번에 만나서 정책공조에 대해 말했다"며 "저희 둘이 서울시 공동경영으로 상생의 정치, 공존의 정치를 보여드리고자 약속했다. 그 약속의 의미에서 이렇게 굳게 다시 약속드린다"고 외쳤다.
이 같은 적극적인 선거 지원은 안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강조해 온 '정권교체 교두보를 위한 역할론'과 오 후보와의 경쟁 과정에서 말한 '깨끗한 승복 및 선거 지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이다.
안 대표의 '정치적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오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 과정 말미에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로서는 오 후보를 전면 지원하는 것이 향후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정치적 도전을 시작하기 위한 명분이 된다. 만일 오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승리 지분'을 명분으로 내밀 수 있고, 국민의힘과의 결합도 비교적 자연스러워진다.
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이후 새 당 지도부를 세울 예정이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이 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과 합당할 경우 안 대표는 그의 브랜드였던 '새 정치'의 명분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세력을 규합하는 데 '안철수'가 새 구심점이 될 수는 있다.
관건은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및 지지세력이 어떻게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지도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렇다 할 입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또 한번의 정치적 시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당이 재보선 이후 바로 대선 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합당 과정에서의 입지 확보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 후보와 여러 차례 입을 모았던 '서울시 공동경영'은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구체적 구상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안 대표는 전날 기지회견에서 "단일화 직전에 몇번 만나서 대략적인 이야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선거 과정 중에 안 했다"며 "선거 끝나고 오 후보가 당선되면 그때 다시 만나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