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속 선수보호 이유로 들어…북일관계 더 멀어질듯

북한이 7월 도쿄올림픽 개최를 석 달 앞두고 불참을 전격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지만, 그간 껄끄러웠던 북일 관계도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내세운 불참 사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선수 보호다.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가 나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다.

지난해 1월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북한은 제재 탓에 경제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즉각 육·해·공 모든 통로를 봉쇄하며 철통 방어에 나섰다.

이로 인해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의 무역이 사실상 중단됐고, 그로 인해 식료품과 생필품 물가가 널뛰었지만 봉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서해상에서 남측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 역시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과잉대응에 따른 참사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국경지역 1∼2㎞ 계선에 방역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여기에 접근한 '인원(사람)과 짐승'을 무조건 사살할 것을 지시했다. 9월에는 비상방역사령부가 사살 후 소각처리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에 매달린 것은 보건·의료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자칫 대규모 감염병이 정권의 존립을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의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천명을 넘나들고, 누적 확진자는 5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국 선수들을 도쿄올림픽에 보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국'을 자처하고 있다.

삐걱대던 북일관계 역시 불참을 결정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 요소로 꼽힌다.

북한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와 대북 제재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집권 이후에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 등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위안부·강제징용 과거사, 독도 영유권 주장, 납치문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학교에 대한 코로나 방역 차별까지 전방위적으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 왔다.

하지만 북일관계가 아무리 악화했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북한이 굳이 올림픽에 불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도쿄올림픽을 뜻하는 '제32차 올림픽경기대회'를 언급하며 메달 획득을 위한 준비를 강조해왔다.

이번 불참으로 양국 관계가 더 경색될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입장에서는 스가 총리가 나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했고,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에도 김여정 당 부부장의 방일을 기대하며 대화 여지를 열어뒀지만, 거절을 당한 셈이 됐다.

일본은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자체 대북제재 조치를 2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을 시작한 지난달 25일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향후 올림픽 기간에도 얼마든지 미사일을 쏘아 올릴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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