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후보, 문 대통령과 거리두기…차기대선 친문 행보 주목
야권, 태극기 멀리하고 2030 접근…대선은 중도세력 결집이관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 보수의 상징인 태극기부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은 거세지는 정권심판론, 갈수록 떨어지는 문 대통령 지지율 등으로 문 대통령과는 거리를 둔 채 읍소 전략으로 돌아섰고, 야권은 태극기를 드는 대신 2030세대를 끌어안으며 중도보수 결집도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총선과 지난 지방선거 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즉, 현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여권과 극보수 를 멀리하는 야권의 행보에 따를 때 차기대선 구도와 여야 대선주자의 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현 정부와 거리두기…이재명 지지율 1위가 말하는 것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현수막엔 문 대통령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공보물 등에서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 재개발·재건축은 공공주도만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공공주도 공급 원칙’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여당도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사태와 관련해 첫 사과를 한 뒤 '읍소'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을 공식으로 사과했다. 당 대표 시절엔 아파트 가격 폭등에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던 그였다.  

여당의 대정부 입장 변화는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정권심판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갤럽이 4월 1주차(3/30~4/1)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32%가 긍정 평가했고 58%는 부정 평가했다. 부정 평가자는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40%)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로 하락한 것은 취임 후 최초로, 한국갤럽의 지난 조사에 이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선거를 앞둔 지도부와 후보는 잇따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21대 총선 때처럼 홍보물과 현수막, 유세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문재인' 이름 석 자가 지워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여권 대선주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율 1위를 지속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이 지사는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주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장관과 거리가 있고, 문재인 정부 각료인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총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과도 차이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이 지사와 친문이 함께가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과 거리고 있고, 친문과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이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이미 여권에서는 친문 내에서도 이 지사를 두고 균열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사 쪽으로 옮겨가거나 방향을 틀려는 측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야권에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된다"며 "민심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앞 유세현장에서 대학생·청년 지지자들과 함께 두 손을 번쩍 들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앞 유세현장에서 대학생·청년 지지자들과 함께 두 손을 번쩍 들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야권,'태극기'와 거리두고 '2030 손 잡아…'합리적 보수'로 중도층 공략

국민의힘은 '태극기'와 거리를 두고 2030에 다가서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합리적 보수'를 내걸고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복인이다. 

이에따라 보수 야권의 '주력부대'로 활동했던 태극기 세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태극기'의 빈자리는 2030 청년 세대가 메우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유세단'이 모집 이틀 만에 200명을 돌파한 점도 청년 유권자의 '우클릭'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3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도 2030 청년, 4050 직장인 수백명이 몰렸다. 이날 서울 용산역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대학생은 "오세훈을 지지하는 이유는 세가지"라며 "망해가는 서울을 이대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오세훈의 신념을 믿기 때문에, 서울의 발전을 책임질 분은 오세훈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날 오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2030 청년 지지자 수백명이 나서는 '무제한 릴레이 유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까지 선봉에 섰던 '태극기 부대'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을 치르면서 우리공화당과 한 번도 소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이나 태극기부대 등 강경 보수의 행태는 이번 재보선 뿐 아니라 차기대선에서도 우리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일부 극보수 유튜버들의 허위사실과 가짜뉴스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들은 4·7 재보선과 관련해 "현재 여론대로라면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가능성이 높지만, 차기 대선에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대학교수인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승리해 차기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쥐게되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은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 LH사태 등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가 크게 작용한데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명박·박근혜 유산이 강하게 남아있어 차기대선에 불리하다는 게 평론가의 분석이다.

그는 "국민의힘 간판으론 차기대선에 불리한 만큼 합리적 보수·중도세력이 제3 지역에서 헤쳐모여식의 결집을 해야 승산이 있다"며 "과연 국민의힘이 간판 내리고 그렇게 할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평론가는 "현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선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지지율은 단숨에 꺼질 것"이라며 "중도세력이 모여 그 가운데 후보가 나와야 여권과 겨뤄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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