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사건 재조사 기각…'재조사 시도' 논란 불러
국방부 장관 몰라, "청와대 관여 인해"…'재조사' 배경 의혹

신상철(사진 오른쪽 아래)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이 2일 오전 '신상철TV'라는 유튜브 계정 실시간 방송을 통해 자신이 받은 '천안함 재조사' 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에는 피진정인 소속기관이 ″국방부″라고 돼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신상철(사진 오른쪽 아래)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이 2일 오전 '신상철TV'라는 유튜브 계정 실시간 방송을 통해 자신이 받은 '천안함 재조사' 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에는 피진정인 소속기관이 ″국방부″라고 돼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천안함 피격사건을 재조사하려는 시도가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자들은 격렬하게 항의했고,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위원회는 2일 임시회의를 열고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천안함 재조사'가 시작된 과정과 이를 주도한 인사, 최종 결정권자의 관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잇는 상황이다. 

◇軍진상규명위, '천안함 재조사' 결국 없던 일 됐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2일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사실상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각하했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오전 이인람 위원장 주재로 임시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씨가 작년 9월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하자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조사 개시를 결정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이달 1일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뒤집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진정인 신씨의 경우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추천 몫으로 민군 합동조사단에 합류했던 인물로서 2010년 5월 정부가 합조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천안함이 북한군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한 뒤에도 "정부가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며 '천안함 좌초설'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신씨는 이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6년 2월 1심에서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았으나, 작년 10월 항소심에선 무죄 판결이 났다.

이런 가운데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이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7명 만장일치로 신씨가 제기한 진정을 각하했다.

위원회는 "(신씨의) 진정인 적격 여부에 대한 회의 결과,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며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군사망사고진상규명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각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설립·운영근거가 되는 이 특별법은 "군사망사고를 당한 사람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군사망사고에 관해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특별법 시행령은 '군사망사고에 관해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범위를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당초 신씨가 합조단 조사위원이었다는 점에서 '진정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신씨가 조사위원 선임 후 단 하루만 회의에 참석하고 조사단 활동에 아예 거부했었다는 점 등을 감안, 앞선 결정을 번복했다.

특별법은 17조에서 '위원회는 조사를 개시한 후에도 그 진정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속하지 않는 경우엔 각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원회의 이날 결정은 신씨에 대해 '진정인' 요건을 충족하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조사 개시부터 결정했었음을 자인한 것이기도 해 그에 따른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신씨와 가까운 내부 인사가 위원회의 조사 개시 결정을 밀어붙였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경계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천안함 피격으로 배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숨졌고, 수색구조 과정에서 한주호 해군 준위도 순직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온라인상에선 신씨가 주장하는 천안함 좌초설을 포함한 각종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인람 위원장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재조사 개시여부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인람 위원장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재조사 개시여부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천안함 재조사' 작년 말 국방부에 알렸는데…장관은 몰랐다?

국방부가 작년 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재조사 결정 사실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방부와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규명위는 작년 12월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 시점에 맞춰 관련 규정에 따라 진정인(신상철씨)와 피진정인(국방부) 앞으로 조사 개시 결정문을 발송했다.

신씨는 작년 9월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신씨는 그동안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와 관련 신씨가 이날 오전 유튜브채널을 통해 공개한 진상규명위의 결정문에도 '피진정인 소속기관'에 '국방부'가 명시돼 있었다.

규명위의 결정문이 국방부에 송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욱 장관도 규명위의 천안함 재조사 결정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해당 결정문이 접수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서 장관에겐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년 12월21일 국방부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에서 규명위의 결정문을 받긴 했지만, "실무부서에서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위임전결 처리하는" 바람에 서 장관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장관에게 (규명위의 결정문이) 보고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실무부서에서 해당 결정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해명을 통해 오히려 담당 직원의 '직무유기'가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방부가 3개월여 전 진상규명위의 '천안함 재조사' 관련 결정문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자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방부도 미쳤다.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전달받고도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3개월 넘게 함구한 채 당사자인 유가족이나 생존 장병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전날 진상규명위의 천안함 관련 재조사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타 기관 업무를 국방부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과거 민군 합동조사 결과를 신뢰하며 지금도 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경계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천안함 피격으로 배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숨지고, 수색구조 과정에서 한주호 해군 준위도 순직했다.

이런 가운데 진상규명위는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던 신씨로부터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취지의 진정과 관련해 조사 개시 결정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이날 이인람 위원장 주재 임시회의에서 위원 만장일치로 신씨의 진정을 각하했다.

진상규명위는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 땐 관련 법률상 '신씨에게 이 사건 진정인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날 각하 결정을 하면서는 '신씨가 진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靑, 천안함 재조사 논란 관련 "결정과정 전혀 관여하지 않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천안함 피격 사건 재조사 논란과 관련해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청와대는 "위원회 결정 과정에는 청와대가 전혀 관여하지 않아서 그 부분을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2일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생존 장병들이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는데 대화 가능성이 있나. 청와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선 서해수호의 날 때 천안함 46용사에 대해 '바다 위 저물지 않은 별'이라고 하시면서 천안함의 부활을 말씀하셨다. 실제 해군 신형 호위함의 이름을 천안함으로 결정했다"라며 "당시 최원일 전 함장, 생존장병들께 위로와 함께 깊은 경의 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제6회 서해수호의 날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천안함 역시 영웅들과 생존 장병들의 투혼을 담아 찬란하게 부활할 것이다. 해군은 어제, 2023년부터 서해를 누빌 신형 호위함의 이름으로 '천안함'을 결정했다"라며 "천안함의 부활을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하고 성원해오신 유가족과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께 위로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정부는 보답을 한시도 미룬 적이 없다고도 (말씀) 했다. 그 말이 대통령님의 진심"이라며 "거듭 말하지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관여를 안 했고 또 위원회가 재조사 결정을 각하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명위는 이날 오전 이인람 위원장 주재로 임시회의를 열고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사실상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각하했다.

앞서 위원회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씨가 작년 9월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하자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조사 개시를 결정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전날(1일)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천안함 순직 장병 유족과 생존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뒤집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위원회는 위원 7명 만장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신씨의) 진정인 적격 여부에 대한 회의 결과,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며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군사망사고진상규명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각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원회가 당초 '진정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이를 번복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조사 개시부터 결정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예비역 대령)은 자신의 SNS에 전날 규명위를 항의 방문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사건 진행 즉시 중지 △규명위 사과문 발표 △청와대 입장문 및 유가족 생존장병에 대한 사과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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