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민생챙기기 전력, 김여정 대남 악역 맡아
전문가 "북은 같은 메시지…남한 자주저 대북접근 기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경제'에 비중을 두면서 민생 챙기기에 전력하는 반면, 김여정 부 부장은 연일 남한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총비서와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모색하고 있지만 북측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난과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아 남은 임기동안 남북관계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해 들어 김 총비서의 '민생행보'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신문은 1일 "현대적으로 일떠서게 되는 보통강 강안다락식 주택구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서 김 총비서와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과 함께 공사장 현지를 돌아봤다고 전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25일에도 보통문주변 강안지구에 호안 다락식 주택구와, 새로 생산한 려객뻐스시제품(여객버스시제품)을 파악했다.

지난 23일엔 김 총비서가 올해 첫 현지지도로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 송화지구의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반면 대남·대미 등을 담당하며 대외분야의 역할을 맡는 것으로 보이는 김여정 부부장은 연일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부부장의 거친 언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지난 달 16일부터다. 당시 김 부부장은 '3년 전 봄날'은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협력이나 교류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 남북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과 앞서 작년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발언을 비교하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 '자가당착' 등의 표현으로 거칠게 비난했다.

김 총비서가 오롯이 북한 주민들의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위한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김 부부장은 남북·북미 등 대외 관계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총비서와 김 부부장의 역할 분담은 지난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될 때에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지난 2020년 6월 초 일부 탈북민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반발할 때 김 부부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 대적사업을 주도했지만, 김 총비서는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통해 강경 군사계획을 막판 보류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북 관계의 파국을 막은 것은 김 총비서였던 셈이다.

이러한 북한의 투트랙 전략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오는 2일(현지시간) 한미일 안보실장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이른 시일 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비판이 여전한 가운데 추후 김 총비서가 어떤 최후의 결정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결국 한미 당국이 북한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이후 발신되는 대북 메시지나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조 등이 북한의 움직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미측을 향해 사전에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제시했고, 우리 정부 측에도 '합의를 이행하는 만'큼 북측도 움직일 것임을 시사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소식통은 "김여정의 독설을 액명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며 "그것은 김정은이 경제를 강조하고 민생챙기기에 나서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전해왔다.

즉, 북한은 '정치'를 갖고는 문재인 정부와 대화를 않겠다는 입장이고, '경제'도 남한 정부가 나설 경우 미국의 제지로 실행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김 부부장의 독설은 남한 정부가 미국눈치를 보지말고 주체적으로, 민족적으로 남북이 당당하게 하자는 역설적 표현"이라며 "남북이 '경제'를 중심으로 가능한 교류를 하고 정부가 이닌 민간 차원에서 접근하면 북도 대화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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