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LH사건은 부 동산 적폐"…추미애·조국 '토지공개념' 주장
노태우·노무현·문재인 정부 토지공개념 제도화 실패…입법화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4·7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투기 사건으로 인해 민심이 등을 돌리자 여당 내에선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토지공개념’을 주장하고 나섰다. 

개념은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되 사용과 처분에 따른 이익은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부는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기존 법을 개정하고 보완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와 토지공개념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LH 부동산투기 사태가 소환한 '토지공개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제보를 바탕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합동으로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0여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총 10개의 필지 2만 3028㎡(약 7000평)를 100억 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시흥시 소재 토지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LH 직원 명단 등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LH 공사에서 보상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로 밝혀졌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기자회견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실이 총괄 지휘해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조사는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등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였다. 조사 과정에서 광명 시흥지구를 둘러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들이 추가로 확산되며 국민들의 공분과 허탈감은 갈수록 확산됐다.

결국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며 토지·주택업무 관련 부처 직원들의 토지거래를 제한하겠다는 부동산 투기 재발방치 대책을 밝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9일 국토교통부 전체회의에서 LH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부동산 관련 기관의 해당 직원들이 원칙적으로 일정 범주 내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거래의 경우 신고하고 투기사실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LH 사태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당 내에선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 토지공개념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남은 임기의 핵심 국정과제로 LH 사건에 관한 부동산 적폐청산을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이에 여권 진영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국·추미애 전 장관 등이 동조하며 토지공개념 재입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추 전 장관은 SNS를 통해 “토지공개념 3법을 부활시키는 것이 부동산 적폐청산의 궁극적 지향이자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추후 개헌을 통해서라도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도 SNS에 “당장의 개헌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 적폐청산은 토지공개념 강화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며 “180석(여당)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토지공개념 주장과 관련해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국회에 출석해 토지공개념의 개념을 묻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토지 소유자가 (토지 소유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을 때 과도한 이득은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를 하고 있다”며 “(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정책이 온당하다고 본다”며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 총리는 “기존 법을 잘 개정하고 보완하면 공개념이라고 하는 큰 과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공개념에 근접하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권에서도 토지공개념 도입을 놓고 견해가 갈리면서 일각에선 정 총리의 발언이 미봉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토지공개념에 주장에 늘공(늘 공무원)의 반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태우-노무현-문재인' 3정부 토지공개념 무산 

 토지공개념은 1988년 올림픽과 3저 호황으로 전국 6대 도시 토지 가격 상승률이 27%에 달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2월 헌법 122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을 근거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토지공개념 3법’ 제정을 밀어 붙였다. 

3법 중 하나인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개인의 유휴토지나 법인 소유 비업무용 토지의 가격이 오르면 3년마다 조사해 50%까지 초과이득을 환수하는 제도인데, 1994년 “이중과세로 재산권 침해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1998년엔 김대중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폐지했다. 

택지소유상한제법은 가구당 200평(660㎡) 이상 토지 소유자에게 세금을 물리게 되어 있었으나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1998년 폐지된 뒤 1999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법 역시 부담률을 25%로 내렸고 2005년까지 부과를 중단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다시 부동산 값이 급등하자 2006년부터 개발부담금을 다시 부과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 반발 등에 밀려 무력화되거나 시행이 연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값이 폭등하자 개헌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다시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이 개헌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인해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부결됐다.

이번 LH사태는 토지공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사회에서 토지공기업의 공공성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LH를 통해 토지의 권한을 독점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이번 LH 투기 사태의 본질”이라며 “토지공개념은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더 확대한다는 정책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의 이강훈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토지공개념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면서 “안정적 주거나 부담 가능한 주거비를 실현하기 위해 토지와 주택에 어떻게 접근하는 게  최선의 길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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