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감사위원에는 장남이 추천한 이한상 교수 선임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감사 투표에서는 차남 승리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한국앤컴퍼니 제공)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한국앤컴퍼니 제공)

경영권 분쟁 중인 한국타이어가(家)의 장남과 차남이 지주사와 계열사 주주총회 감사위원 선임안 표 대결에서 각각 승리하며 무승부를 거뒀다.

일각에선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이 추천한 후보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감사위원에 떨어졌지만,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감사위원에 조 부회장이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선임되면서 사실상 조 부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판정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은 30일 오전과 오후 각각 열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돌입했다. 오전 열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오후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는 조 부회장이 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두고 각각 세 대결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조 사장 측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자로 낸 이미라 제너럴 일렉트릭 한국 인사총괄 선임 안건이 통과되며 차남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혜웅 비알비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를 내세운 조양래 회장의 차녀 조희경 이사장 측은 고배를 마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말 기준 한국앤컴퍼니가 30.6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이어 국민연금 8.66% 조양래 회장 5.67%, 조 이사장 2.72%, 조현범 사장 2.07%, 차녀 조희원씨 0.71%, 조현식 부회장 0.65%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3%룰'로 캐스팅보트를 쥔 소액투자자들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조 사장의 손을 들어주며 안정적 경영에 힘을 실어줬다. 조 사장이 낙승을 거두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총도 싱겁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조현범(왼쪽) 한국앤컴퍼니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한국앤컴퍼니 제공)
조현범(왼쪽) 한국앤컴퍼니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한국앤컴퍼니 제공)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사장이 42.90%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위치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차녀 조희원(10.82%), 국민연금(5.21%) 등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조 사장 지분에 크게 못미친다. 다만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룰'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주요주주인 이들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면 조현범 사장, 조현식 부회장, 조희원씨,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각각 3%로 동일해진다.

조 부회장이 지난 2월 한국타이어가 경영권 분쟁 논란에 책임지고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주 표심을 흔들었다.

아울러 조 사장이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운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인물이어서 감사위원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의 사위가 이끄는 회사에 친MB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출되는데 따른 독립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이한상 교수 선임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조 부회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소액주주들 역시 감사위원에 친인척 관련 인사가 임명되는데 대한 반감·우려에 공감하며 이 교수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이 3%룰 이변의 첫 사례로 기록되면서 향후 그룹 운영 과정에서 일방독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거수기' 사외이사 대신 선출된 조 부회장측 이한상 교수는 견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 사장의 지분율이 압도적인 만큼 한국타이어 그룹 지배구조 굳히기 작업에는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의 역할이 제한적인 만큼 무리한 사안이 아닐 경우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조 사장의 경영권 행사에도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주총 표 대결이 무승부가 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꺼지지 않게 됐다.

조 부회장과 장녀 조 이사장이 '연합 전선'을 형성해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주총에서 조 부회장과 함께 주주 제안을 했다.

조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긴 조양래 회장에 대한 법원의 한정후견 판결도 향후 형제간 분쟁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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