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 응원열차와 한반도 평화'

29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 응원 열차와 한반도 평화 정책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 응원 열차와 한반도 평화 정책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철도 분야의 협력을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단법인 희망래일 주도하에 준비 중인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남북 공동 응원열차(응원열차)'다.

응원열차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맞아 한국에서 출발해 평양역을 경유한 뒤 신의주를 거쳐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 남북 공동응원단을 실어 보내려는 기획이다.

희망래일과 평화철도가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응원열차 기획의 의미와 전망 등을 짚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전 원장은 응원열차를 지렛대로 남북 정기 철도노선 운행, 2032년 서울 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 등 남북 교류협력을 넓혀가자는 구상을 꺼냈다. 

기조연설을 맡은 정세현 미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응원열차를 실현하려면 북미 관계 개선이 그 충분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 수립을 앞두고 이번 주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서 북미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공동 응원열차로 교류협력의 아침 열어야" 

나 전 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은 남북 교류협력의 아침을 연 사건이었다"며 "남북관계가 어두운 새벽을 지나고 있는 지금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공동 응원열차를 통해 한반도에 다시 한 번 남북 교류협력의 아침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전 원장은 "단, 올림픽 공동 응원열차를 일회성 행사로만 제안해서는 북한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공동 응원열차를 계기로 북한의 낙후된 철도 노선 개보수. 남북 정기노선 운행 등 교류 협력과 관련해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북한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제안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전 원장은 "이 중 남북 정기 노선 운행과 관련해 대북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 서울 총회에서 국제여객운송협정과 국제화물운송협정에 가입해 남북 간 철도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철도협력기구는 유라시가 29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다. 러시아, 중국 등은 코로나 이전까지 이 기구의 운송협정에 따라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북한과 연결된 국제 철도 노선을 운행하고 있었다. 

나 전 원장은 "남북 철도 연결은 평화공동체를 통한 한반도 신 경제구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부산이 태평양의 허브항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철도를 연결하면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열결하는 가교국가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한 활발한 경제활동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북공동 응원열차와 한반도 평화’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북공동 응원열차와 한반도 평화’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북미 관계 개선, 남북 공동 응원열차 실현의 전제" 

정세현 부의장은 응원열차의 실현을 위한 조건으로 북미 관계의 개선을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2007년에도 10‧4 남북 공동선언에서 남북이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공동 응원에 합의한 일이 있었다"며 "이후 정권이 바뀌며 실제로 추진되진 않았지만 당시 남북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공동응원 열차가 평양역, 신의주를 거쳐 베이징으로 가는 일에 문서로 합의했다"고 회상했다. 

정 부의장은 "그 합의가 이뤄진 배경을 다시 회상할 필요가 있다"며 "당시 북핵 문제가 심각하게 꼬인 상황이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공동응원에 흔쾌하게 동의한 데에는 북미 대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어 미국의 의사 때문에 남한의 인도적 지원이 무산된 사례를 2007년 남북 공동 응원열차 합의에 대비되는 사건으로 거론했다. 

정 부의장은 "2019년 북한에 독감이 유행했을 때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보내려 했지만 유엔사 사령관,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한미군 사령관이 ‘타미플루는 되지만 트럭은 안 된다’며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지 않은 일이 있었다"며 "결국 북한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북미 관계가 빠른 속도로 좋아질 수 있는 전망이 있을 때 그것(남북 공동응원 열차 등 교류협력 확대)이 가능하다"며 "오는 4월 중순 미국의 대북 정책의 모양새가 드러날 것이고 이번 주에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에 가 한미일 3국 협의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서 대북정책에 숨통이 트이면 남북 공동 응원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영 "상반기에 남북관계 모멘텀 만들려 최선 다할 것"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축사를 했다. 

이 장관은 "북한이 최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주변에 많은 우려가 있지만 대화와 협력의 여지는 남아있다"며 "북한과 미국의 처지가 다르지만 긴장 고조가 아닌 대화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간 한반도 평화의 시간이 오랫동안 멈춰 있어 단기간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여건 조성은 쉽지 않다"면서도 "교집합과 절충점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통일부는 현 정세를 주시하면 상반기에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만들려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때가 오지 않으면 때를 만들어서라도, 또 때가 오면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남북공동응원열차는 단순한 운송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철도 점검과 유지보수가 이뤄질 것이고, 철도를 이용한 물자교류와 인적 왕래, 관광 등 보다 다각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력 계기도 다시 활짝 열릴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의 섬이었던 대한민국은 다시 세계와 연결될 것이고 남북이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나갈 지혜와 의지가 있다는 것을 세계 곳곳에 발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지금을 놓친다면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한반도 평화가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기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 "때가 오지 않으면 때를 만들어서라도, 그리고 때가 오면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득시무태(得時無怠)'의 각오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남북의 주민이 함께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베이징까지 열차를 타고 공동응원을 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벅차다"며 "한반도 평화 실현은 모두의 열망이자 시대적 과제이고 접경 지역을 품고 있는 경기도 입장에서도 한반도 평화는 매우 절실함 문제"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비록 남북 간 다소 난관이 있어도 교류와 소통을 멈추면 안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화합의 제전인 동계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응원열차를 운행하자는 제안은 소중하고 뜻 깊다. 이번 세미나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평화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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