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무시' 대화 기조 이어가
북한, 바이든 시험하며 전략무기 개발 지속할 것으로 예상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대'에 올린 모양새다.

북한은 전날인 25일 동해상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한미일 군 당국은 모두 이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대북제재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과,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움직임은 대미 강경 행보로 해석됐다.

특히 북미가 지난주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전후로 좋지 않은 감정이 섞인 설전을 주고받은 이후 나온 행보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 21일에도 순항미사일을 서해로 발사하고, 이 사실이 미국의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전날에는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에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번 미사일 발사 국면에서 주목할 점은 북한이 마치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북한의 의도와 무관하게 미사일 발사 자체를 도발로 보는 한미의 시각 속에서, 북한은 바이든 취임 후라는 시점을 골라 첫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한미는 지난 21일 북한이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할 때까지는 관련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된 뒤에도 "대화의 기회가 닫힌 것은 아니다"라는 유보적 메시지를 냈다.

그리고 북한은 나흘 만에 제재 위반 무기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를 '탄도미사일'로 명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9년과 지난해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를 '초대형 방사포' 등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회피성 행보를 보였다.

그렇지만 북한의 노림수는 이보다 복잡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라며 북한은 자신의 대화 상대라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 아닌 비호를 통해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마음껏 개발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모라토리엄 선언만 지키면 되는 것으로 기준을 잡아놨다.

북한은 북미 갈등 국면 속에서 올해 진행 중인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의 '기준'을 시험해 보려는 속내일 수도 있다. 이 맥락에서 앞선 두 차례의 '일반 미사일'에 대해 한미가 방어적으로 대응하자 수위를 높인 시위를 선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은 '트럼프의 기준'을 엎느냐 따르느냐에 있다.

트럼프의 기준이 대북제재라는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북한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발은 막은 효과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무시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행'을 비판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원래대로' 돌리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는다.

또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며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동맹 관리 차원에서의 대북 정책 추진도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추가적인 대북제재와 연결시킬 경우 북한은 모라토리엄을 철회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비핵화 협상은 2018년 이전의 '완전한 원점'으로 회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즉각적인 제재 추진보다는 북한의 추가 행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대화 국면을 완전히 뒤집는 조치에 대한 미국 나름의 '명분 쌓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모라토리엄'에 해당하지 않는 무기들을 꾸준히 개발해 온 북한은 꾸준히 신형, 개량형 무기들을 시험 발사하며 미국의 선을 시험할 수도 있다.

미국 역시 미중 갈등 상황 등 동북아 외교에서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북한에 대한 대응 수위를 설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 1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한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미국이 아직 대북 대응의 수위를 낮은 수위로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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