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당원·시민투표 모두 우상호 압도…'친문' 결집한 이유 분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된 박영선 후보(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경선 당선자 발표대회에서 결과 발표 후 이낙연 대표, 우상호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된 박영선 후보(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경선 당선자 발표대회에서 결과 발표 후 이낙연 대표, 우상호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4·7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선출됐다. 투표 전 각종 연론조사에서 박영선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민주당은 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당선자발표대회를 열고 박 전 장관이 후보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최종득표율 69.56%로, 우상호 의원(30.44%)을 큰 격차로 제쳤다.

이번 경선은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온라인과 ARS 투표를 통해 권리당원 50%와 일반시민 50%를 합산한 뒤 여성가산점 등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박 후보는 5만212표(63.54%)를 얻었고, 우 후보는 2만8814표(36.46%)에 그쳤다. 휴대전화 가상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72.48%를, 우 후보가 28.52%를 각각 득표했다.

박영선 후보와 우상호 후보 간 경선은 '친문(친문재인) 대 중도·86그룹' '당심 대 민심' 의 대결로 구분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박영선·우상호 후보 경선은 친문의 일방적 승리였고, 당심과 민심 모두 박 후보가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박 후보는 2011년과 2018년에 이어 세번째 도전 끝에 서울시장 선거 본선에 나서게 됐다. 

◇ 박영선 압도적 승리…친문 결집한 배경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500표 안팎의 차이가 날 것이다".

우상호 후보가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며 장담한 얘기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63.54%(박영선) vs 36.46%(우상호)', 가상 선거인단 (국민경선) 투표에서 '72.48%(박영선) vs 27.52%(우상호)'로 우 후보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민주당 안팎에선 우 후보가 박 후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 "친문에 패했다"라는 말이 적잖이 돌았다. 친문 진영이 박 후보를 집중 지원하고, 이런 흐름이 직간접으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선거인단 표심까지 박 후보쪽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우 후보는 친문 중심의 권리당원이 박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거인단 투표에 기대를 걸며 '500표' 얘길 꺼냈지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격차가 났다. 

이런 결과에서 의문스러운 것은 친문이 박 후보 지지를 위해 결집한 부분이다. 친문 측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우선했다고 말한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선거가 박원순 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치러지는 만큼 여성 후보가 상대적으로 낫고, 지지율도 박 후보가 높게 나와 선택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더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야권 단일후보와의 가상대결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며 "그래도 박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리(친문)쪽에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지역구 의원 중 우 의원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아 당원 조직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지만,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는 박 장관이 구로을 지역구를 (친문 핵심인) 윤건영 의원한테 물려준 것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박 후보와 우 후보 모두 범친문에 속하지만 본래 친문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박 후보는 전형적인 비문이었다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친문으로 전향한 전력이 있다.

우 후보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시 지역위원장들이 대세인 이인제 전 의원을 밀었지만, 소신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선 '친노' 인사로 평가됐다. 그렇더라도 본래의 친노와는 결이 다르고 운동권 86그룹의 색이 더 진하다.

◇ 박영선-우상호 경선은 '문재인 대 임종석' 대리전?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박영선 장관과 우상호 의원간 대결을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간 대리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친문의 좌장격인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친문이 이 박 후보를 말면서 임 전 실장의 지원을 받은 우 후보가 패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제기하는 측은 지난 1월 4일 임 전 실장이 처음으로 우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임 전 실장의 행보를 경계하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친문 진영을 통해 상대 후보인 박 후보 지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 중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남북관계'라며 "이 문제에 있어서 문 대통령과 임 전 실장 간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임 전 실장이 남북관계를 총괄하며 정상회담 등 큰 역할을 한 부분이 있지만,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는데 북한측의 비토 분위기가 있어 문 대통령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이 지지를 선언한 우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당 안팎에 임 전 실장의 힘이 실리게 되고, 작년 4월 총선 출마까지 접으며 남북관계 일에 매진하겠다는 임 전 실장의 행보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과 임 전 실장 간에 대북문제 해법을 놓고 갈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전술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친문 진영이 박 후보를 지지한 이면에는 문 대통령의 임 전 실장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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