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영토분쟁 사안에 대놓고 일본 손 드는 미국
잇단 축전 교환…대사 교체하며 경협 노리는 북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의 기간이 길어질 경우 '북중밀월'과 '미일밀착'이 더욱 고착화하면서 '한반도 안보판'에서 한국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며 대(對) 중국 견제 전선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기치로 내걸고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안보협의체)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은 일본과의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미얀마 군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일본과 가장 먼저 대응책을 협의했다. 한국보다 먼저 이뤄진 미일 정상 간 새벽 통화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부터 미국 정상은 일본에게 먼저 수화기를 들었지만, 한국과의 통화가 일주일가량 걸리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통화 내용에 대한 한미의 발표도 '온도차'가 감지됐다. 청와대가 "두 정상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반면, 미 백악관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언급하지 않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했다.

반면 백악관은 지난달 미일 정상통화 관련 브리핑에서는 미일동맹을 놓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의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관련해서도 보호 의지를 잇달아 밝히며 대놓고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일은 주일미군 주둔비 등 미일 방위비 특별협정을 1년 연장하기로 조속히 합의하며 중국 견제 공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북중밀월 관계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신경전이 더욱 심화 될 경우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최근 북한은 신임 주중대사 자리에 리룡남을 임명했다. 그는 지난 2008년 무역상, 2016년 대외경제상을 역임한 전형적인 '무역통'으로 평가되는 인사다. 결국 북중 간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카드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중국통'인 김성남을 당 국제부장 자리에 앉혔다. 바이든호 출범에 발맞춰 북중 협력 공고화를 위한 진용 정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중국도 최근 주북한 대사를 리진쥔에서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부부장직에서 물러난 왕야진으로 교체했다.

이밖에 시 주석이 지난달 한중 정상통화에서 '북한의 대리인' 역을 자처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 당시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 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중은 이번 당 대회 기간 동안 두 차례 축전과 답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10일 북한의 당 조직 개편에 따라 김 위원장의 직함이 '당 총비서'로 바뀌자, 다시 자신의 명의로 축전을 보낸 바 있다.

이에 김 총비서는 답전에서 "나는 총서기 동지와 맺은 동지적 우정을 더없이 귀중히 여길 것"이라며 "두 당,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과 직결된 조중(북중) 친선을 공고히 발전시키고 공동의 위업인 사회주의의 줄기찬 전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련의 상황에서 북중밀월과 미일밀착 강화 구도가 고착화 될 경우, 한반도에서 한국의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리가 지금처럼 북중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한일갈등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는다면 (소외라는) 그런 결과가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중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희망하지만 미측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입장은 아니다"라며 "여차 하면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하는 것이 1차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 나아가 대중국 연대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북중 눈치를 보고,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진다면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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