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덕 교수와 대담 정리…"냉전해체 기회"
"文정부, 한반도 주인답게 이니셔티브 발휘해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최재덕 원광대 교수와의 대담을 정리한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반도출판사 제공)​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최재덕 원광대 교수와의 대담을 정리한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반도출판사 제공)​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국들이 어떻게 대응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 될 것인지 길잡이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안내서가 나왔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특사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바이든 상원의원과 대담을 나눈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국제정치학자인 최재덕 교수와 함께 펴낸 <BIDEN 시대 한반도의 길>이다.

이 책은 정 전 장관이 바이든 의원과 북핵문제를 놓고 벌인 2시간여의 토론을 통해 파악한 외교주의자 다자주의자로서의 바이든의 모습과 대통령 취임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바이든 의원과 회동 후엔 통일부장관 겸 NSC위원장으로서 미국의 반대를 뚫고 개성공단을 준공 가동시켰고,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했다. 또한 미국의 체니 부통령, 파월 국무장관, 라이스 국무장관, 럼스펠드 국방장관, 펠로시 하원의장, 키신저 박사 등 기라성 같은 외교안보 수장들과의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추진했다.

정 전 장관과 함께 대담을 이끌어간 최재덕 교수는 북경대학에서 중러관계와 미중관계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이며 중국의 개혁 개방시기에 심천과 홍콩에서 기업의 주재원으로 일하며 실물경제를 체득한 중국전문가이다.

책에서 정 전 장관은 “바이든 시대는 한반도에 냉전해체 기회다”면서 포괄적 해법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제안한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왼쪽), 최재덕 원광대 교수. (반도출판사 제공)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왼쪽), 최재덕 원광대 교수. (반도출판사 제공)

무엇보다 남북한 문제에서 미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한반도의 주인답게 이니셔티브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책 전반의 논지다.  

  “대북제재가 약해서 핵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을 바이든 행정부에 설득해야 한다. 2006년 1차 북한의 핵실험 이후 무려 11차례나 대북제재를 시행하면서 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주장했지만 그 결과는 항상 북핵 능력 강화였다고. 지난 10년간 증명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해야 한다.”(163쪽)

또한 남한 내부의 반북, 수구 집단의 저항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서야 남북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전례를 보이며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터 가는 과정에서 남한 내부에서는 엄청난 반대가 있었지만, 남북 관계 역사에서 터부를 넘어선 또 하나의 사건은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열리는 ‘아리랑 축전’에 남쪽 관광객 1만 명을 보낸 일이었다”고 회고했다(200 쪽).

이 부분에선 유엔의 대북 제재와 더불어 남북교류를 스스로 막고 있는 5.24조치를 풀어야하는 과제를 상기시킨다.   

정 전 장관은 바이든을 ‘외교주의자, 다자주의자, 협상주의자, 동맹주의자’로 규정했다. 당시 바이든은 북한이 원하는 체제를 보장해주고 비핵화를 얻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회상했다. 바이든의 당시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며,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통찰이다.

한반도의 통일보다 시급한 것이 냉전체제 종식이라고 분석한 정 전 장관은 “한반도 냉전구조라는 건 미국-한국 대 중국-북한이 적대적으로 대결한 70년을 의미한다. 지금 한국-중국, 한국-북한, 미국-중국 등은 적대관계가 완화됐지만 미국-북한은 여전히 서로를 증오한다. 이것이 현 냉전구조의 핵심이다. 미국-북한 관계가 변화하면 한반도가 달라진다.”

정 전 장관은 바이든 시대는 냉전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면서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30년 전 북핵 문제 해결은 포괄적 해법밖에 없다는 페리 장관의 보고서를 클린턴 대통령이 수용했고 클린턴의 평양 방문은 일보 직전에 좌절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178∼179쪽).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최종단계를 결정하고, 미국은 북한의 민생경제가 돌아가도록 제재를 풀어야 한다”며 “지도자의 철학과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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