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회 25일 서발법 공청회 앞두고 긴급토론회 열어
입법파 "서비스업 발전"…토론회 "국민 관련업 공공성 간화해야"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정의당 정혜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참여연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정의당 정혜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참여연대

[편집자주] 우리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탈산업 사회와 디지털 자본주의가 강화시키는 불평등은 고착화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왔으나 불확실성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문제해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공동체와 시민사회 영역이 국가와 시장으로 기울어졌던 사회의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동시에 국가 뒤에서 소극적 위치에 머물렀던 시민권력과 시민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 시민과 역동적 시민사회가 요구된다. 기획 <시민, 세상을 바꾸다> 는 그러한 개인과 시민사회를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다.

 

10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안’(이하 서발법)을 놓고 국회와 시민단체가 다시 충돌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공청회를 추진하려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22일 긴급토론회를 열고 서발법의 문제를 짚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둘러싼 10년 논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담은 모법(母法)이다. 유통, 의료, 관광, 교육 등 7개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 및 제도 개선과 자금, 인력, 기술, 조세 감면 등의 지원 근거를 담았다.

서발법은 2012년 7월, 홍남기 당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고용 창출 및 내수 산업 파급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의료 민영화를 하려는 악법”이라며 처리에 반대하면서 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이후 19·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21대 들어서는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여당인 민주당이 통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규제혁신추진단'을 구성하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서발법 처리를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서발법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시 여론이 가장 크게 반대하던 부분인 의료민영화 관련 조항의 수정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법안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한다. 

22일 서발법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정의당의 정혜영 의원은 "그동안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는 서비스산업 각 분야에서 공공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법안이기 때문"이라며 "서발법이 공공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과거와 달리 우려할 만한 부분이 없는 법안인지 확실히 살펴보기 위해 오늘 토론회가 마련됐다"며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 시민단체 서발법 토론회…"문제법, 손 봐야" 한목소리

시민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중소상공인 등 부분의 전문가들이 여당이 추진하는 서발법의 문제를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서발법이 의료⋅교육⋅환경⋅공공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화돼야 하는 영역의 규제를 완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 시민의 안전, 공공성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지위를 부여해 각 부처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부처의 자율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서발법에서 적용대상을 농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법률적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총론을 맡은 제갈현숙 한신대 외래교수는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비교했을 때 몇 개의 의료법만 빠졌을 뿐 대부분의 서비스 분야가 법안에 포함됐고, 크게 네 가지의 문제점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서발법은 적용대상 법의 적용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대상범주가 무한 확대될 수 있어 헌법 제 75조에 의거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 △기재부에 서비스산업 전반적인 통제 권한을 주는 독점 △비민주적이고 권력편향적인 위원회 구성 △의료민영화와 사회공공성 영리화 위험 등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갈현숙 교수는 “국가가 경제발전을 내세워 대자본의 이해를 전체 시민의 이해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국가가 자본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사회공공적 영역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부문 토론을 맡은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서발법이 여전히 ‘의료민영화법’이라고 주장했다. 서발법 적용을 받는 보건의료 관련 법은 55개이며 기재부가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은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루트라고 설명했다.

전 정책국장은 기재부는 보건의료 관련 법 이외의 법률과 지침 등을 활용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하며 제주특별자치도법이 제주 영리병원 설립 근거를 만들었던 점과 정부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명처리한 의료정보를 의료법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정책국장은 “정부가 언제든 새 법을 제정하거나 제도를 신설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의료민영화가 아닌 의료공공성 강화”라고 밝혔다. 
 
공공서비스 부문 토론을 맡은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필수공공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공공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성식 실장은 “수도⋅하수⋅생활폐기물⋅운수⋅우편⋅사회복지⋅사회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는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존과 필수를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사회의 기본적 유지를 위해 반드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부문들인데 서발법은 이를 무시한 민영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재부의 지나친 권력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현재도 경제⋅재정⋅예산⋅공공기관 관리를 총괄하는 권력을 가진 기재부에게 서비스업 전반의 발전을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 부처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고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공성식 실장은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 완화나 사업주 지원이 아니라 서비스 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적정임금 보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상인 부문 토론을 맡은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서발법이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최순실법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국민의 기본권에 직결되는 양질의 비영리 공공서비스 영역이 경쟁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시장 논리에 의해 영리화되면 국민의 건강권, 교육권, 사회보장수급권이 크게 침해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의 최약체 계층임이 입증된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의 입법을 위해 힘쓰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부문 토론을 맡은 천보선 진보교육연구소 소장은 서발법은 교육시장화법이라고 비판하며 공공재인 ‘교육’ 전체를 상품화 및 영리화 대상으로 설정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천보선 소장은 이미 진행된 부분적 교육시장화의 예로 현재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 지역에 설립된 외국교육기관과 국제학교를 들며 과도한 교육비와 귀족학교화, 사교육 범람, 교육과정 운영 문제 등 교육영리화에 따른 교육적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천보선 소장은 “서발법은 교육 공공성 자체를 말살할 우려가 있는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교육부장관과 지자체가 교육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기재부 장관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교육을 상품화해 교육자본의 이윤을 증진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한 서발법으로 인해 교육시장이 민영화 되면 필연적으로 교육비 폭등, 교육조건 차별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교육권의 공적 보장을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천보선 소장은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라면서 “교육의 공공성을 약화하고 영리화의 고삐를 풀어줄 서발법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서발법이 가진 법률적 문제를 지적했다. 서발법이 적용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은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는 헌법 75조에 근거한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외국의 입법사례를 보더라도 서비스산업 전체를 관할하는 입법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찬진 위원장은 “만약 법안대로 ‘서비스산업’의 범위가 행정입법에 포괄위임 될 경우, 국민의 기본권에 직결된 양질의 비영리 공공서비스 영역이 경쟁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시장논리와 산업논리에 의하여 영리화돼 국민의 건강권, 교육권, 사회보장수급권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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