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북핵 협상대표 협의 진행…한일갈등 '중재'와 연계 관측도

한미일 3국의 북핵 협상대표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화상회의를 열었다.

특히 미국 측은 19일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역내 핵심동맹국과 관계 강화에 방점을 찍으며 긴밀한 3각 공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마침 한일관계가 일본 정부·기업에 대한 일본군 위안부 및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놓고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핵 문제를 매개로 한일갈등을 중재하려 하는 게 아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美국무부 "대북정책 재검토 일환으로 한국·일본과 협의"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의 화상협의를 진행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협의 진행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관계, 특히 동북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한국·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특히 "이번 협의 참가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에 관해 논의하고 긴밀한 협력과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쳤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 이전과 같은 ‘미국 리더십의 회복(Renew American Leadership)’을 기조로 하여 미국의 대외정책을 복원할 것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 관계 복원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동맹과 파트너 관계를 재구상할 것임을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일본, 한국,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당선인 시절부터 한미동맹을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축(linchpin)", 미일동맹은 "초석(cornerstone)"으로 부르며, 두 나라가 이른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실현'이란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 보조를 맞춰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축-초석' 표현은 이날 백악관이 배포한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통화 내용 자료, 그리고 지난달 28일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통화 내용 자료에서도 각각 등장한다.

이번 한미일 3국 북핵 협상대표의 화상회의는 바이든 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동맹국과 함께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실제 협의체로 가동된 셈이다.

특히 국무부는 한일 양국을 '동북아 핵심동맹국'으로 지칭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각 공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는 "한미일은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공조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한 (3국 간) 인식을 맞춰보는 동시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향해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美, 한일 갈등 '중재'와 연계 관측도

이런 가운데 이번 협의에선 한일관계 개선을 대한 미국 측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일 갈등에 대한 미 정부의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모처럼 3국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최근 한일갈등에 '유감스러운 일'이란 입장까지 내놨던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지렛대 삼아 한일관계 개선에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일 삼각협력을 대북정책과 인도·태평양 정책 등 아시아 정책 수행 및 미국의 이해관계에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해 왔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강조해왔다.

특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위안부 문제로 인해 야기된 한일갈등을 회복하는데 관여한 바 있으며, 3국 공조를 유지하기 위한 외교차관협의회를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은 한일 GSOMIA 종료 당시에도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일 3각 공조는 북핵 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중국을 겨냥한 외교·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이를 위한 역내 동맹국들 간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견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 정치 등의 이유로 한미일 3국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답변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바이든 정부 출범이 한일관계 변화의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백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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