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 소행 두고, 美 "은행강도" 비난…北 "모략극" 반발
한국 정부 "관련 내용 예의주시"…'확전' 예의 주시

북한이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에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킹' 문제가 북미 관계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7일 13억 달러(약 1조4300억 원) 이상의 화폐와 가상화폐 탈취를 시도하고 사이버 공격 등 범죄 공모에 가담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전창혁·김일·박진혁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정부·방위산업체·금융기관 등에 대해 해킹 공격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라자루스' 'APT38' 등의 이름을 가진 해킹 부대를 운용하고 있는 이들의 이번 해킹 수법은 악성코드가 담긴 암호화폐 앱을 개발, 배포하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마케팅 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는 2014년 11월 북한을 풍자하는 영화를 제작한 소니픽처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연루된 박진혁을 미국 정부가 2018년 기소한 사건이 토대가 됐다. 그는 2016년에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2017년 5월에는 랜섬웨어 워너크라이를 만들어 해킹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해커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기술 확보를 위한 해킹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6일 북한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원천기술을 해킹을 통해 얻으려 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북한의 이러한 해킹 행위가 추후 북미관계 변수로 떠오르지 관심이다. 북한의 불법 해킹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 17일 "북한의 공작원들은 총보다 키보드를 사용하고 현금 대신 암호화폐의 디지털 지갑을 훔치는 등 '은행 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앞서 미국 정부부처들은 북한의 암호화폐 관련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협을 경고하는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국 법무부가 이번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기소한 것과 관련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해킹 의혹을 전면 부인해 온 북한은 기존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자금 세척 및 테러자금지원 방지를 위한 국가조정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최근 미국이 우리의 '사이버 위협'에 대해 전례 없이 떠들어대고 있다"며 "명백히 하건대 우리 국가는 미국이 떠들어대는 그 무슨 사이버 위협과 전혀 인연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소니사건 이후 당시 미국이 사건 배후로 자신들을 지목하자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북미 공동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킹을 둘러싼 북미의 입장이 갈리는 만큼 해킹 문제가 북미관계 전반,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우리 정부도 관련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법무부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기소한 것과 관련 "특별히 논평을 할 만한 사항이 없다"면서도 "유관 기관과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