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제도" "양극화시대 공정이 중요"
김경수 "포퓰리즘 공약으로 대선 치르기 어려워"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김경수 경남지사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김경수 경남지사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여권 내 견제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 에 대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에 이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가세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최근 이 지사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권 잠룡들이 이 지사와의 기본소득 논쟁을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릴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 역시 최근 기본소득과 관련한 일련의 비판에 대해 “사대적 열패의식”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 등의 강한 표현을 쓰며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궘 잠룡들 이 지사 '기본소득' 집중 공격

여권 대선주자들이 이 지사를 공격하는 주요 대상은 이 지사가 2017년 성남시장 시절부터 시도한 '기본소득' 제도이다.

이 지사는 자신이 ‘기본소득’ 주장을 한 배경에 대해 “난제 투성이지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고 현실화할 구체적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새 길을 만드는’ 정치인이 몫”이라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니,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면 정치는 존재이유가 없다”고 정치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장기 의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월 30~50만 원을 주는 것은 재정적으로 쉽지도 않고, 일종의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의 삶을 놓고 몰빵할 수는 없다”면서  “(단지) 저는 말로만 준비하면 너무 늦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거는 해보고, (단기적으로) 인당 50만 원 씩 하는 거는 예산부담 없이, 기존 증세 없이 할 수 있다고 본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재정을) 5% 정도 충분히 조정해서 만들 수 있었다. 감세 축소를 통해 50만 원 정도의 재원을 더 만들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소득이)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돌봄·의료 등 삶의 전 영역을 총괄하는 신복지제도를 내세웠다.

그는 "기본소득은 소득보전제도이고, 신복지제도는 소득뿐 아니라 주거·고용·교육·의료·돌봄·문화·환경 등 삶의 필요한 8개 영역의 기준을 충족시켜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은 함께 고민할 가치가 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 더 드리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 많은 쟁점이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는 19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에 대해 "아무리 좋은 것도 때가 맞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건가. 돈이 있어야 지원할 거 아닌가"라며 "지금은 재난지원금을 얘기할 때이지 기본소득을 얘기할 타이밍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고 한국의 규모를 감안할 때 실험적으로 실시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경수 지사는 18일 '시사인'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차분한 논의가 아니라 '기승전 기본소득론'으로 간다"며 "무조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붓는 것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가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그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며 "본인의 주장이 과연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 적합한지 토론할 여지를 열어두는 게 이 지사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임 전 실장은 8일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겨냥해 “(이 지사의)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 없다”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평등(Equality)’보다 ‘공정(Equity)’을 중요한 가치로 평가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이 지사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정책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며 역공에 나섰다. 이 지사는 "저는 제 주장만을 고집하지 않고, 한분 한분의 소중한 의견을 접하며 제 생각도 다듬어지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기본소득은 그 자체보다 그 정책이 품고 있는 비전과 방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비교적 여유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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