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 전 대사대리 장인, 광명성절 북한방송 출연
"정상국가 이미지 강조하고 내부 결속 다지는 듯"

전일춘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실장. (조선중앙TV 영상 갈무리)
전일춘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실장. (조선중앙TV 영상 갈무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금고지기'였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북한 방송에 등장했다. 가족의 탈북 사실이 알려진 전 전 실장을 아무일 없다는 듯이 TV에 출연시킨 것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스1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맞아 방영한 '학창시절에 보여주신 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라는 편집물에 전 전 실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1960년 7월 남산고중 졸업을 앞둔 때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담임선생님과 저희들과 함께 대동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주셨다"면서 김 위원장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전 전 실장은 북한 김씨 일가의 통치 자금 조달과 관리를 맡다가 은퇴한 인물로 김 위원장과 김정은 당 총비서의 '금고지기'로 불렸다.

김 위원장의 남산고급중학교 동창인 그가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방송에 출연한 것은 특별하지 않지만, 최근 전 전 실장 가족의 탈북사실이 알려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2019년 9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장인이다.

북한은 전 전 실장의 방송 출연을 통해 '탈북자의 가족도 정치적 처벌을 받는다'라는 '연좌제'의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수감자 중 상당 부분은 탈북 문제와 관련해 연좌제 적용을 받아 수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좌제는 국제사회가 강하게 비난하는 북한 인권 문제 중 하나로, 류 전 대사대리도 최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이 연좌제로 피해를 당할까봐 항시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은 전 전 실장에게 연대 책임을 묻지 않고 대신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조선중앙TV에 그를 출연시킴으로써 오히려 결속 효과를 다지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와 관련한 북한의 기류 변화는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 이후부터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북송된 탈북자나 재입북자를 수감, 고문, 사형하고 탈북자 가족까지 연계해 처벌했다면 이젠 오히려 이들을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지난 2015년 북한은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의 처형설이 불거지자 이들을 TV에 등장시킨 뒤 후에는 "대학에 입학했다"라며 적극적으로 외부의 의혹에 반박했다. 탈북 후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재입북한 탈북민 임지현(전혜성)은 같은 해 7월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해 한국 생활이 "지옥 같았다"라고 울먹이며 남한 사회를 비난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작년 재입북한 김모씨도, 북한은 초기엔 그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하며 비난했지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그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탈북민 숫자를 고려하면 당연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작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적었지만 지난 2012~2019년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 수는 연평균 1300명에 육박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유튜버들은 탈북민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감시는 해도 가족을 처형하거나 하진 않는다면서 다만 평양에 사는 경우 등은 간혹 지방으로 추방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대호 기자 

  
 

SNS 기사보내기
키워드
#전일춘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