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991년 ILO 가입했지만 핵심협약 4개 여전히 비준 전
경실련 등 "ILO 기본협약은 최소한의 노동인권 보장 위한 기준"

경실련,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ILO 기준협약을 즉각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
경실련,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ILO 기준협약을 즉각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

[편집자주] 우리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탈산업 사회와 디지털 자본주의가 강화시키는 불평등은 고착화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왔으나 불확실성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문제해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공동체와 시민사회 영역이 국가와 시장으로 기울어졌던 사회의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동시에 국가 뒤에서 소극적 위치에 머물렀던 시민권력과 시민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 시민과 역동적 시민사회가 요구된다. 기획 <시민, 세상을 바꾸다> 는 그러한 개인과 시민사회를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다.

 

시민단체들이 1993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권고해 온 ILO 기본협약 비준안이 아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3년부터 ILO가 한국 정부에 권고해온 ILO 기준협약 비준 동의안은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ILO 기준협약을 즉각 비준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국제 노동 기준을 담은 8개 핵심협약 가운데 4개에 대해 기본협약 비준 전 노동관계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비준하지 않았다. 4개 기본협약은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제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제105호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협약이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이유로 노동조합법(노조법) 및 공무원·교원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면서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은 기업노조의 대의원과 임원 자격을 재직자로 제한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와 근로시간 면제 등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할 영역에 대해 국가가 과잉규제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등 ILO 기본협약 위반 문제가 있어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유태영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미비준 상태가 이어진다면, 향후에도 EU 측의 협약 비준, 노조 설립신고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통상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지선 활동가(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빌미로 개정한 노조법이 노동조합의 노동권행사를 위축시킨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손배가압류에 대한 규정인 노조법 제2조, 제3조의 조항들이 악의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개정논의안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노동권행사를 위축시키는 부분들을 입법화해버리면, 결국 더더욱 위축된 환경에서 권리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헌법상 권리를 행사한 이유’로 ‘죗값’을 묻는 ‘손배가압류’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조은 선임간사(참여연대)는 "파업 참가에 대한 징역형을 금지하고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기본협약 제105호 비준안을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비준동의안에서 아예 제외된 것은 큰 문제"라면서 "제29호·제87호·제98호 기본협약만이 아니라 제105호 기본협약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조은 선임간사는 기본협약뿐만 아니라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정부가 190개 ILO협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술협약을 앞선 정부들과 달리 단 한 개도 비준하지 않아 참담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노동존중사회의 실천은 ILO 협약들을 속히 비준하고, 그 정신에 맞도록 노동조합법을 온전히 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공동 회견문을 통해 "ILO 기본협약 비준을 더는 늦출 이유가 없다"며 "ILO 기본협약은 최소한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노동기준이고, 모든 ILO 회원국이 합의한 가장 기초적인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LO 기본협약 정신에 위배되는 노조법을 방치할 이유는 없다"며 "국회가 ILO 기본협약 비준 동의안을 즉각 처리하고, ILO 기본협약에 위반되는 노조법을 재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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