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정의용과 첫 통화서 美견제…"진영 가르기 반대"
"中, 한반도 문제 당사국 한국 중시…중국과 협력 기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첫 통화 후 가진 대외 보도에서 '방점'을 달리해 향후 동북아 정치 질서를 둘러싼 한중관계에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정 장관과 왕이 부장의 첫 통화 후 외교부는 "정 장관은 왕 부장과 취임인사 겸하여 통화를 갖고 한중관계 전반과 한반도 문제 및 지역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왕 부장이 정 장관과 우의를 형성해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정 장관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가 16일 공개한 왕 부장과 정 장관의 통화 내용을 한국 외교부와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왕 부장과 정 장관이 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왕 부장은 "중국은 개방과 지역협력 메커니즘을 지지한다"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는 것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민주주의 동맹 움직임이 강화하자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정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고, 정 장관은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이날 한미 외교수장 간 통화에서도 '3국 협력'이 언급됐다.
또한 문 대통령은 15일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가진 환담회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바이든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이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것을 중시했다"며 "각각은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실현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양국은 인접한 전략적동반자로서 서로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한중문화 교류의 해가 시작되고 내년은 한중수교 30주년으로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양국 지도자가 새해 벽두 다시 통화를 해 문화 교류의 해를 시작했고, 각 영역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언급했듯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6일 통화를 하고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문화교류의 해' 선포, 한중 자우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마무리,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양국 간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각각 설과 춘절을 앞둔 신년 인사 차원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미중 택일 압박'의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이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왕 부장이 뒤늦게 정 장관관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나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한 것은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중립적 위치를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한미일 동맹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미, 대중 행보에 따라 한중관계의 파고가 달라질 전망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