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정의용과 첫 통화서 美견제…"진영 가르기 반대"
"中, 한반도 문제 당사국 한국 중시…중국과 협력 기대"

2018년 3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왕이 외교부장을 국빈관 댜오위타이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8년 3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왕이 외교부장을 국빈관 댜오위타이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첫 통화 후 가진 대외 보도에서 '방점'을 달리해 향후 동북아 정치 질서를 둘러싼 한중관계에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정 장관과 왕이 부장의 첫 통화 후 외교부는 "정 장관은 왕 부장과 취임인사 겸하여 통화를 갖고 한중관계 전반과 한반도 문제 및 지역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왕 부장이 정 장관과 우의를 형성해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정 장관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가 16일 공개한 왕 부장과 정 장관의 통화 내용을 한국 외교부와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왕 부장과 정 장관이 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왕 부장은 "중국은 개방과 지역협력 메커니즘을 지지한다"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는 것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민주주의 동맹 움직임이 강화하자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정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고, 정 장관은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이날 한미 외교수장 간 통화에서도 '3국 협력'이 언급됐다.

또한 문 대통령은 15일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가진 환담회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바이든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이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것을 중시했다"며 "각각은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실현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양국은 인접한 전략적동반자로서 서로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한중문화 교류의 해가 시작되고 내년은 한중수교 30주년으로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양국 지도자가 새해 벽두 다시 통화를 해 문화 교류의 해를 시작했고, 각 영역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언급했듯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6일 통화를 하고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문화교류의 해' 선포, 한중 자우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마무리,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양국 간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각각 설과 춘절을 앞둔 신년 인사 차원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미중 택일 압박'의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이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왕 부장이 뒤늦게 정 장관관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나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한 것은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중립적 위치를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한미일 동맹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미, 대중 행보에 따라 한중관계의 파고가 달라질 전망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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