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진상규명' 요구…국민의힘 "선거 노린 정치공작"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이 4·7보궐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16일 오전 10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의혹 관련 현안보고를 받는다. 

◇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국정원 사찰 알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2017년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이란 단체가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사찰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다.

 ‘내놔라시민행동’은 2017년 10월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사찰 정보공개 청구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내놔라시민행동’은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진상규명 △불법사찰 파일 영구삭제 및 손해배상 △국정원 불법사찰 및 정치개입 근절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국가안보 관련 비밀분류 및 해제 시스템 점검 △개정 헌법에 불법사찰로부터 자유로울 국민의 권리 반영 등을 요구했다.

‘내놔라시민행동’은 국정원을 상대로 정치사찰기록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고, 3년만인 지난해 11월 13일 대법원은 박재동 화백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비밀정보기관한테 불법정치사찰을 당한 국민은 누구든지 비밀정보기관이 갖고있는 정치사찰기록을 공개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리를 확인해준 것이다.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2017년 10월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사찰 정보공개 청구 캠페인을 벌였다.(사진=내놔라 시민행동)​​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2017년 10월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사찰 정보공개 청구 캠페인을 벌였다.(사진=내놔라 시민행동)​​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포함한 18명은 국정원을 상대로 사찰성 정보 파일 공개를 요구했고,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정보공개 수용 판결 이후 전담반을 꾸려 공개 대상 사찰정보를 선별했다. 국정원은 이어 1월 19일 63건의 불법사찰 정보를 당사자들에게 발송했다.

◇ MB 정부 국정원 불법사찰 정치권 공방…4·7보선 뇌관 되나  

MB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정면 충돌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법조인, 언론인, 연예인,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1000여 명의 동향을 파악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돈 씀씀이 등 사생활까지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 국세청, 경찰 등으로부터 정치인 관련 신원정보 등을 파악해 국정원이 관리토록 요청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중대범죄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겠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건에)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서라고 나와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도 이것을 중단시켰다는 메시지가 아직 드러난 게 안 보인다. 실제로 그 이후까지 계속 이뤄진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치공작"이라며 반발했다. MB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정치공작이 부활하는가? 박지원 (국정)원장이 답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오래 전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침 국정원장이 박지원 전 의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여권이 4·7보선을 앞두고 MB정부 시절 비리를 문제삼고 있는 것을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 통틀어 부산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선 예비후보를 정조준한 것이라고 보고있다.

박인영 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예비후보는 16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광범위하게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불법 사찰 자료에 대해 박형준 후보가 입장을 밝히는 건 당연하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예비후보도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명박 청와대가 국회의원 사찰을 시작했다고 언론이 지적한 2009년 하반기는 공교롭게도 박형준 예비후보가 정무수석을 하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했다.

한편,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수십여명 당 소속 의원이 서명한 '진상규명 특별 결의안'을 발의한다. 또한 여당 위원들은 상임위 차원의 의결(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통해 불법 사찰 문건 목록을 제출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면서 MB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은 4·7보선의 변수가 될 전조를 보이고 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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