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협력에 제재 '장애물'이라는 시각 존재
"美, 북측 움직임 없을 경우 제재 완화 또는 추가하기 어려워"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제재와 관련된 기조가 어떻게 설정될지 주목된다.

정부에서는 남북 간 독자 협력 사업에 제재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아울러 북한도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를 의미하는 '조선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제재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사실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대북 제재가 남북협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2018년 우리 정부는 북측에 타미플루를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타미플루 자체가 아닌 타미플루를 북으로 이송하기 위한 운송수단이 제재에 걸려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북측은 타미플루의 수령을 끝내 거부했다.

북한도 공개적으로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화된 제재 탓에 북한이 경제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초에 개최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대조선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남북이 모두 제재 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어떠한 선택을 할지 아직까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당근과 채찍, 즉 인센티브와 추가 제재를 모두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려는 첫 번째 일은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는 추가 제재, 특히 동맹·파트너들과 추가적인 조율과 협력을 포함해 우리가 어떤 수단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외교적 인센티브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원인준 청문회에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대북 압박을 증대시키는 게 효과적일지 아니면 다른 외교적 방안이 좋을지 여러 옵션을 검토하겠다"면서 제재 강화 또는 완화 모두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제재 완화도 제재 강화도 모두 언급하기에 이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미국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특정한 '변화요인'이 없을 경우 제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재 완화 기조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이 드러나는 등의 움직임 있어야만 제재 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서는 미국 측에서 먼저 제재를 완화하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우 센터장은 "북한이 제재 위반의 조짐을 보이는 경우에는 완화 보다는 추가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미측이 대북 정책을 확정하기 전까지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동맹 중시' 기조를 가진 미 측이 우리의 의견을 대북 전략에 일부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이 일(대북 정책 전면 검토)을 하면서 동맹, 특히 한국, 일본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대북정책 마련 과정에서 동맹인 우리 측의 의견을 반영할 것임을 시사했다.

동시에 대북정책을 둔 한미 조율과정에서 파열음이 나지 않도록 하는 외교 전략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자로 갱신된 '한국: 배경과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북한 정책을 두고 (한미) 쌍방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제재 완화를 선호하는데, 이것이 미국과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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