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자임, 재래식 병력 경제일꾼으로 전환
민간차원에서 '경제' 매개로 남북관계 통로 찾을 수 있어

북한이 인민군 창건을 기념하는 건군절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바꾼 후 처음 실시한 2018년 열병식 모습.
북한이 인민군 창건을 기념하는 건군절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바꾼 후 처음 실시한 2018년 열병식 모습.

북한이 건군절(정규군 창건일) 73주년을 맞아 인민군이 대규모 건설을 비롯한 경제건설 전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노동당의 영도에 끝없이 충실한 혁명적 당군이 있기에 주체의 사회주의 위업은 필승불패다' 사설을 싣고 "인민군대는 당의 사회주의 건설 구상을 앞장에서 실현해나가는 척후대, 본보기 집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사회주의 건설의 새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 군민대단결, 군민협동작전의 위력을 남김없이 과시해야 한다"며 "검덕지구를 국가적 본보기 산간 도시, 광산 도시로 일떠세우는 사업을 비롯해(…) 주둔지역 시·군을 사회주의 선경으로 꾸리기 위한 군민협동작전에서 주동이 되고 선도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이 경제분야에서 군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지방경제 발전에 국가적 관심을 돌릴 것을 지시한 만큼 군부대도 주둔 지역의 주택 건설 등 지역경제 발전에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 복구작업과 방역 조치에도 군을 대대적으로 동원했으며, 그 공로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한 바 있다.

북한이 군 병력을 경제에 집중 투입하기로 한 것은 스스로 핵보유국을 자임한 만큼 재래식 병력을 경제 쪽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2016년 9월의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이자,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핵실험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9월 11일(현지시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결의안에서 북한에 대한 모든 석유 정제품의 공급과 수출을 연간 합계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은 현 수준(연 400만 배럴)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또한 해외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의 경우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서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신규 고용을 금지했으며, 기존에 이미 고용된 북한 노동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이처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을 비롯한 대북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자 북한은 남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밝혔다. 이후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30년 넘게 북한과 교역을 해온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은 핵을 보유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핵 무장으로 인해 과용 병력이 된 재래식 군대의 인력을 줄여(군축) 이들을 ‘경제일꾼’으로 전환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 사정상 군 인력을 전과 같이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당수 군 병력을 줄이고 이들을 경제 분야에 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국방비를 줄이고 경제인력도 확보하게 된다.

‘경제일꾼’으로 전환된 군인들은 북한 내 생활필수품 생산과 수출품 생산, 에너지를 확보하는 산업인력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북한ㆍ중국 접경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데 필요한 인력으로 충당될 수 있고, 중국이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대규모 건설을 할 경우 해외 송출 인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북한이 군 병력을 경제쪽으로 돌리는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즉 '경제'를 매개로 남북한이 대화의 창구를 열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언급하며 대북관계의 새로운 모색을 거론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남북대화나 접촉을 막고 있으나 '경제'를 통한 대화에는 응할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다. 정부나 관련기관이 나설 경우 북한이 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미국 등의 간섭으로 남북관계 진행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의 접근이 바람직하지만 국내 관련법의 제동도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해외동포가 주축이 돼 남북관계의 통로를 여는 게 현실적이다. 

한편, 북한은 1948년 2월 8일 인민군을 창설했으며 1977년까지 '건군절'로 기념하다가, 그 이듬해부터 김일성 주석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을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인민군 창건 기념일(건군절)로 기념해 왔다.

이후 2018년에 다시 2월 8일을 건군절로 삼았으며 지난해부터 4월 25일은 국가명절이자 공휴일로 지정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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