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대북 인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5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발언 때문이다.

야당은 정 후보자가 국가안보실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외교에 대해 총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하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과 북한의 남북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야당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거론하며  '평화 일상화' 발언을 문제삼자 "2017년 5월보다는 현재 안보 상황이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 후 보자의 발언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북한 비핵화' 부분이다. 정 후보자는 김정은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비핵화 의지가 있다"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김 총비서가 단 한번이라도 핵무기 포기·폐기 용어를 쓴적이 있느냐'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9·19 합의 때도 분명히 했다. 15만 평양시민 앞에서"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의 북한, 북한핵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용화된 듯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그의 방북에서 비롯됐고, 그로 인한 파장이 남북한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5일 당시 국가안보실장이던 정 후보자는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했다. 그리고 귀국한 다음날인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틀 뒤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정 후보자의 말을 믿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했고, 2018년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은 북한핵과 관련해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묻자 김정은 총비서는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김정은)은 '핵폐기'를 의미하는 '비핵화'를 말한적이 없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핵을 보유한 모든 국가들이 핵을 제거할 경우 그때 북한도 핵을 폐기(비핵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이 핵을 제거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북한 핵 폐기도 불가능한 셈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미국 정보 책임자를 비롯해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 핵까지을 포함하는'한반도 비핵화'를 수용하면서도 '북한 비핵화'(핵폐기)를 거부하는 이유다. '

비핵화' 용어로 가장 피해를 본 측은 사실 북한이다. 한국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핵폐기)를 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핵을 통해 남한은 물론 전 세계를 호령하려던 북한의 야망이 꺽인 셈이다.

따라서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비해화 의지를 언급한 것은 3년 전 인식 그대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듯한 인상이다. 

한때는 안보 수장으로, 현재는 외교 수장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 핵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을 경우 북한 외교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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