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원전' 거론 어느 경우든 문제 돼, 침묵이 최선
文정부 북한과 대화 바라면 5.24조치 해제 고민해야

북한 원전(원자력발전소) 건설 의혹을 놓고 남한 정치권에서 연일 격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북한은 '원전 의혹'에 '진실'을 답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침북하는데는 몇가지 가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원전 지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는 경우다. 실제 남한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엔 대북제재가 있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모르게 비밀리에 추진할 수도 없다. 또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귇호 요원한데 북한에 원전 건설을 한다는 것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선 원전 건설에 대해 말할 게 없다. 오히려 '부인' 하는 경우 얼마나 신뢰성 있게 받아들일 지 알 수 없고, 남한 보수층에서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거짓말'로 몰아갈 수도 있다. 얘기를 하는 게 아니함만 못한 상황이다.

둘째는 원전 건설과 관련해 남한 정부와 진지한 논의가 있는 경우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나라의 전력 문제를 풀기 위해 원자력 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나가야 한다"라며 원전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총비서가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공식적으로 꺼내든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항상 부족한 북한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가장 좋았던 4.27 1차 정상회담 과정에서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원전 건설 논의가 있었더라도 북한이 그러한 사실을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록 2019년 하와이 '노딜' 이후 "삶은 소 대가리·특등 머저리·미국산 앵무새" 등 도를 넘는 비난을 할 정도로 현 정부와 멀어져 있지만 '폭로'를 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 즉 현 정부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지만, 당장 국제사회로부터 제재에 시달릴 수 있고, 향후 남한과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침묵이 금'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침묵이 원전 건설 논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즉 문재인 정부 사이에 깨진 신뢰로 인해 더 이상 남북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과 대화를 타진하고 있으나 북한은 일체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월 5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된 조선노동당 제8대회에서 "남북관계는 '판문점선언' 이전 단계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사실상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가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아쉬움과 향후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은 남한에 관심이 있지만, 현정부와는 신뢰를 회복하기그것을 해제하겠다고 하면  전에는 대화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대신 민간 차원의 교류, 특히 경협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차원의 경협은 5.24조치로 인해 막혀있는 만큼, 현 정부가 그것을 해제하겠다고 하면 북도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북한은 남한에서 벌어지는 원전 건설 논란에 개입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북한의 침묵은 오히려 남한과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또다른 메시지 일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처럼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원한다면 북한이 가장 바라는 카드를 제시하는 게 현실적이다. 물론 5.24조치 해제는 여러 사안들이 맞물려 있어 쉽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가 명분을 찾아 결행을 할 수 있다면, 정작 시끄러운 원전 건설 논란도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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