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실무자가 작성했던 문건 원문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오히려 의혹이 증폭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구상' USB를 두고도 여야가 거친 공방을 펼치며 맞서고 있다.

산업부는 1일 6쪽짜리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원문을 공개하며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어 그대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라거나 "현재 북미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시점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음"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말단 공무원'이 상부 지시 없이 북한 원전이란 민감한 주제에 수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독자적으로 계획하느냐"며 반박한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북한 관련 삭제 파일은 총 17건으로, 야권은 북한 원전 관련 나머지 문건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받던 산업부 공무원들이 일요일 밤 11시란 늦은 시간에 출입권한 없이 사무실에 들어가 이를 포함한 문건들을 삭제한 것도 야권 공격의 빌미가 됐다.

산업부는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파일을 삭제한 것에 대해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가 돼 저희들이 함부로 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여야의 공방이 멈출줄 모르면서 국가 중요 현안들이 방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야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 원전 건설 논란의 핵심은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현 정부가 실제 그러한 일을 추진했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엔의 대북제재와 한국가 미국의 원전 건설 합의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모르게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북한에 원전 건설을 하려면 그 전제로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해야 하는데 이는 요원한 일이다. 대북 원전 건설 지원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익'도 문제다. 정부가 정말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었다면 이에 대한 부가 조건이 있어야 한다. 만약 해당 문건에서 원전을 짓는데 북한의 핵무기 완전 포기 및 비핵화를 조건으로 걸었다면, 설령 청와대가 해당 문건에 직접 개입했더라도 통일정책으로 간주되므로 문제가 될 여지가 거의 없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핵폐기)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전제 조건이 없이 선제적으로 원전을 지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웠거나 미국과 UN안보리와의 사전 조율을 계획하지 않은 채 해당 문건을 계획했다면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훈훈한 분위기에 휩쓸려 대내외적으로 큰 문제가 될 일을 계획하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 원전 건설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문재인정부에서 '극비리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의혹 제기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런 때문인지 여당 일각에선 의혹 해소를 위해 USB 공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외교상 기밀문서고, 정상회담 장소에서 건네진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개가 불가능하다면서도 논란이 지속될 경우 야당의 '책임'을 전제로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의 공방은 상대를 흠집내거나 4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  

현재 국민과 기업은 팬데믹 상황으로 장기간 고통을 겪고 있다. 북한 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조기에 종결하고, 정치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