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년전 봄날' 조건 중단 제시"…군 "시행방안 연합사와 조율"
전작권 맞물려 수위 조절도 난감…남북·북미관계 더 꼬일 수도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월 27일 기자단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처음 밝혔다.(국방부 제공)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월 27일 기자단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처음 밝혔다.(국방부 제공)

3월 초로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연합훈련의 1차적인 타깃이 북한인 상황에서 남북관계 및 한미관계라는 중요한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3년 전 봄날로 되돌리려면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는 연합훈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북한과의 협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국방부는 시행 방안을 한미연합사령부와 조율 중이다. 앞으로 연합훈련 일정과 참여 인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북한의 반발 등 갈등 수위가 고조될 것이란 우려감도 제기된다.

◇ 전반기 훈련 연합사와 조율…FOC 검증, 훈련규모 주목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군의 입장에서는 연합훈련을 시행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다"며 전반기 연합훈련 시행을 처음으로 밝혔다.

군 당국은 전반기 연합 지휘소연습을 3월 초에 2부로 나눠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부는 4일간, 2부는 5일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 수준과 참여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유동적이다. 군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정됐던 규모를 희망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그 정도 규모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반기 훈련 때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하기로 한미가 전격 합의할 경우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군 장병들에게 백신이 접종되고 있어 일부 해외 증원 요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측은 전반기 훈련 때 FOC 검증평가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미측은 '조건'이 더 갖춰져야 한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서 장관이 지난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입장 조율이 시급해서다.

연합훈련의 일차적인 목적은 북한 도발을 막고 격퇴하는 데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라 지휘통제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실제 병력과 장비를 기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전반기 시행하는 연합 지휘소훈련은 실병(實兵) 기동훈련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이라고 말했다.

3월 연합훈련의 시기와 규모는 유동적이다. 서 장관은 "전반기 연합 지휘소훈련을 어떻게 시행할지 연합사와 긴밀하게 협의·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과도 관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남북 간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논의하게끔 합의가 돼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서 장관은 "대통령이 말씀하신 건 연합훈련에 대한 (북측의) 우려가 있지만 2018년도에 9·19(군사)합의간에 남북간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했으니 대화를 통해 논의해보자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 연합훈련 중단 요구…국방부·통일부 간극,"북과 협의할 수 있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측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연합훈련 중단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지난 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 기간인 지난 5일에서 7일까지 사업 총화를 통해 "첨단 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현재 남조선(남한) 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관계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나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 등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핵심 요소이며 정부가 제안한 위의 협력들은 본질적이 사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남북 문제 주무 부서인 통일부도 연합훈련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출로를 열어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요구한 연합훈련 중단 문제와 관련 "한미 연합 훈련 관련해서 통일부가 주무부서는 아니지만 4가지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19 △도쿄올림픽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수립 문제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아직까지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 대해 긴장을 조성하는 부분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가지 않게 우리가 지혜롭고 유연하게 해법 찾아오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혀 중단이나 축소 또는 실제 병력의 훈련 참가를 최소화하는 등의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이건 한국 정부 문제만 아니라 북쪽의 시각도 유연하고 열려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전시작전권 환수 등 남한의 수요에 따라 훈련이 일정 부분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군 당국은 난감한 입장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들은 올해 연합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과 맞물려 있어 예년처럼 규모가 회복되어 정상적으로 시행되길 바라는 눈치다. 올해 연합훈련에서 FOC 검증 및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 연도 확정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이인영 장관이 간담회에서 유연한 해법을 언급하면서도 "우리의 전시작전권 환수 관련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정부의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전반기 연합훈련 때 FOC 검증 및 평가가 시행될 경우 해외 미군의 훈련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그간 축소 조정됐던 훈련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북한의 반발로 남북·북미관계가 더 꼬이지 않겠느냐는 우려감도 제기된다.

이런 전체적인 사정을 감안한듯 서 장관은 북한이 9·19 남북기본합의서에 명문화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 호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 장관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남북군사공동위를 구성하면 연합훈련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나 역시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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