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외무상 교체 가능성…외교 전문가 다시 내세울 수도
김여정 '대남 총괄' 경제 비중…대미 최선희, 대남 김영철 역할 주목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부터)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새로운 외교라인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을 북한의 외교라인도 재구성될지 주목된다.

◇ 미국 바이든 정부 한반도 전문가 대거 포진대북정책 변화 예고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안보 진영에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거 포진했다. 

우선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장관에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토니 블링컨이 지명됐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대북 선제 공격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는 1월 19일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톱 다운'식 대북 접근법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맹과) 같이 한다면 러시아, 이란, 북한의 위협과 맞서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일어설 수 있는 훨씬 더 나은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국무부 부장관에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명됐다. 셔먼 지명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내며 북한 문제를 담당했다. 

그는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 배석했다. 또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동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경험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로 꼽힌다. 

또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에 콜린 칼을 지명했다. 칼은 대북 문제에서 평화적인 해법을 설파해 왔던 인물이다. 

백악관의 경우에는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을 지명했다. 설리번 지명자도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을 지내던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으서 북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눈에 띄는 인물은 새롭게 신설된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자리에 이름을 올린 커트 캠벨이다. 캠벨은 오바마 행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정책의 핵심 설계자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였던 2011년 한반도 정책의 실무담당자로 대북정책을 조율한 바 있다. 캠벨은 한국이 보수정권이었던 시절에도 '대북 접촉'을 중시하며 대화를 촉구해 온 인물이다. 

◇ 강경화 외교장관 교체, 정의용 체제로대북 새접근, '비핵화' 관건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교체를 전격 결정하고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외교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3년 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외교안보 분야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 임명 당시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 있었지만 외교와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북핵과 사드 등 외교와 경제, 안보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후보자는 2018년 3월 5일, 대북특사단을 이끌고 성남 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으로 방북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접견했고, 이 자리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를 성사시키고 돌아왔다. 곧이어 8일 서훈 국정원장 등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속히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뜻을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여 5월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서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직위상 '강등'으로 볼 수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가 2018년 3월 방북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 북미정상회담 등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 이슈가 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잘못 접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외교라인 큰 변화 없어김여정 역할 주목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북한이 새 '대미 라인'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개최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으나, 외교 부문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 11일 공개된 당 대회 공보에 따르면 외무상에는 리선권이 자리를 유지한 것이 확인됐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직급이 낮아졌다. 다만 외무성 내 직책의 변동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해 초 외무상에 발탁된 리 외무상은 전문 외교관이 아닌 군부 출신의 '대남라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간 군 혹은 대남라인 출신이 외교를 총괄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이 한동안 '대미 협상'을 유보하겠다는 뜻을 간접 노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리 외무상을 대신해 전문 외교관이 다시 외교 수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임인 리용호 외무상은 현재 일선에서 사라졌으나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실무협상을 선호하는 바이든 정부가 출번함에 따라 대미 외교 전문가인 리용호 전 외무상의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제1부상의 입지 변화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에 수행단으로 참가했으며 해당 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대표로 참석한 경험도 있다.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 파트로 여겨졌다. 향후 북한이 대미 라인을 본격 정비하게 된다면 주요 인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의 향후 행보다. 그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 빠지고 부부장으로 강등되긴 했지만, 보다 중요한 경제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여정 부부장은 '대남 총괄' 지위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대내외 경제 분야에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이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영철은 과거 통일전선부장을 맡으며 대남 강경파로 분류된 인사다. 지난 2018년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여러 차례 회담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했던 김영철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대남 '대적 사업'을 진행하면서 남측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며 '복귀'가 점쳐진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총괄'을 하면서 '경제'에 비중을 둘 예정이라면, 김영철 통전부장은 정치적 측면에서 대남 압박에 나서는 역할분담이 예상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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