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안 여론달래기 급급…아동 인권 관점에서 개선안 마련해야

19일 정부는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경찰청 등 범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한 회의를 통해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아동이 입양된 지 8개월여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하 ‘양천사건’)이 계기가 됐다.  

정부는 양천사건 대응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현장 대응단계별 장애요인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주요내용으로는 아동학대 초기 조사 및 대응의 전문성 강화, 현장 대응체계 역량 강화 및 조사 이행력 확보, 즉각분리제도, 입양체계의 공적 책임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작년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 추진해온 '아동·청소년 학대방지대책'보다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진단을 회피한 채 단편적인 해결책들만 열거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양천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구제를 위한 아동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총 3번의 학대신고가 있었고 아동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지만, 아동보호체계에 따라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어떤 공공기관도 사안의 특수성, 긴급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아동학대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 사회가 지적했던, 아동인권 문제에 대한 공공기관의 감수성과 이해도의 부족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대책안은 현장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반복해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한 방법과 세부내용이 매우 부족하다.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교육·훈련 과정을 구성하고, 내·외부 모니터링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이 단순히 전담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과 보수교육 시간을 늘리고 순환보직을 금지하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전문성 강화가 이뤄질 수 없고, 현장의 부담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즉각분리제도’와 관련해선 1차 아동학대 신고라도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해서 아동의 보호에 필요하다면 긴급하게 분리를 해야 한다. 아동의 학대피해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 아동의 건강진단 등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고, 분리된 이후에 필요한 아동과 가정에 대한 지원과 개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동보호체계의 중요한 한 축인 입양제도에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 공적 아동보호체계와 괴리돼 민간기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입양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입양절차의 공적 책임 강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아동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각 단계별로 드러난 아동보호체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양천사건에 대한 진지한 원인 진단과 평가 없이 당장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급히 내놓은 정책의 나열로 보여지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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