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취업재한 대상, 판결확정부터 개시, 과다 처벌 아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R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R DB​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및 횡령 등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재상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위 판결에 따른 형이 확정됐고, 재판 중 구속됐던 기간을 제외한 잔여 형기 약 1년 6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이에따라 이 부회장은 향후 1년 6개월의 잔여 형기 동안 삼성전자 경영에서 배제된다. 또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 (제14조)에 따라 이 부회장은 형 집행이 종료된 2022년 7월 이후에도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다. 

재계와 법조계에서 이 ‘취업제한’ 규정을 놓고 논란이 있다. 주 내용은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인가 여부,  취업제한 시기 및 기간, 총수에 대한 취업제한이 과도하다는 반론 등이다. 

◇ 이재용 부회장은 '취업 제한' 대상인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86억원 뇌물·횡령 혐의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경가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특경가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는 법무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경가법 위반으로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았으나 삼성전자 재직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보수를 받지 않은 채 ‘부회장직’을 유지하면 특경가법 제14조가 제한하는 ‘취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동 조항의 문언상 ‘형 집행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 판단한다. 또한 이 부회장이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처럼 “무보수로 재직중이어서 ‘취업’이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특경가법의 취업제한은 단순히 경제범죄의 가해자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로부터 경제적 보수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의 업무나 의사결정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라며 “따라서 보수를 받지 않으면 취업이 아니라는 주장은 입법 취지를 왜곡하는 부당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경가법 시행령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과 공범으로 처벌받은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범행 당시 삼성전자에서 재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특경가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2호). 

삼성전자는 횡령 등 범죄로 직접 피해를 입은 기업이기도 하지만, 해당 시행령 조항(동 조항 제3호)은 뇌물공여 이후 시점에 개정돼 이 부회장의 경우 공범으로 인한 취업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 취업제한의 시작 시점과 기간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은 취업제한의 시작 시점을 명확한 문구로 정하고 있지 않아 일부에서 기간에 관한 논란이 있다.

그러나 징역형의 집행 종료 후에는 취업제한이 발생하는데, 집행 기간에는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해석할 경우 이 부회장이 더 장기의 실형으로 처벌받으면 오히려 형 집행 종료 전까지 더 오랫동안 재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 각호가 정하는 처벌 종류에 따른 취업제한 기간을 비교해보더라도, 형 집행 기간은 당연히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즉,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 제3호는 선고유예기간을 취업제한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징역형의 집행기간이나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조항의 체계나, 형의 경중과 취업제한 기간 사이의 균형을 고려할 때 타당하지 않다. 법률조항이 ‘기간’을 정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시작 시점(시기)과 종료 시점(종기)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경제개혁연대 뇨종화 변호사는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이 취업제한의 시기를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해석상 ‘판결 확정일’이 시기이고, 종기는 동 조항 각호에서 징역 형(종료일로부터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종료일로부터 2년), 선고유예(선고유예 기간)마다 다르게 정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 및 예외적인 승인 역시 형집행 기간이나 집행유예 기간도 당연히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됨을 전제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된다. 즉, 최근 취업제한 상태에서 승인을 받았던 삼양사의 김정수 사장은 2020년 1월 경 대법원에서 약 49억원의 횡령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처벌이 확정됨으로써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김정수 사장은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포기하고 후보직을 사임했다(다만, 김정수 사장은 2020년 10월 경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음으로써 회사에 복귀했다)

노 변호사는 "이 부회장은 판결 확정 후 형이 집행 중인 만큼, 현재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는 신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이 부회장 취업 제한은 과도한 규제인가

국내 대표 기업의 총수를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해 일체의 경영활동을 못하는 것은 과잉 제한이라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의 고용 여부는 ‘민사적 사안’인데 형법으로 과도하게 규율한다는 취지다. 기업 경영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총수의 퇴진은 대주주는 물론 소수주주의 이해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친다. 

하지만 선진 자본시장이 구축된 미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과도한 규율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법제와 자본시장의 성숙도, 사건의 고유한 특징이 달라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지만 ‘한국의 취업제한 조처’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7년 에너지 회사 엔론을 파산으로 몬 대규모 분식회계를 주도한 제프리 스컬링 최고경영자(CEO)는 2004년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10년 뒤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상장사 임원 자격 ‘영구’ 금지 조처를 받았다.

2019년 12월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이 계약을 따기 위해 정부 관료에 250만달러(약 27억7천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증권업계에서 영구 퇴출 명령을 받았다.

국내법이 취업 제한 범위를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로 한정하고 제한 기간도 ‘형 집행 뒤 5년(징역형 기준)’으로 정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법에 따른 조처는 매우 엄격하고 강도가 훨씬 높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