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관리 차원 관측…"정치할 생각으로 총장 역할 하지 않을 것"
최재형 감사원장에도 "정치적 감사로 생각 안해" 두둔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한 것은 윤 총장을 포용하면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으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2021 신년기자회견'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윤 총장에 대해선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에서 윤 총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추진하는 등 정권과 윤 총장의 극한 대립이 이어져 오던 상황과는 대조적인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 및 징계 논란에 관해 "삼권분립이 잘 이뤄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아주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검찰개혁) 상황에서 때로는 갈등이 생긴다 해도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추 장관에게 '저항'한 것이 아니라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규정한 것은 물론 이를 '있을 수 있는 일'로 봤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윤 총장을 '반개혁' 인물로 몰아붙였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끌어안으면서 검찰개혁 관련 갈등 사태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고 관리하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권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던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원의 탈원전 정책 관련 감사 활동에 대해서도 비슷한 '끌어안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 여권의 의심과는 달리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두둔했고, "검찰의 수사도 (중략) 정치적 목적의 수사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윤 총장이나 최 원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평가하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란 평가 역시 윤 총장을 '여권 인사'로 묶어둠으로써 윤 총장의 대선주자 입지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에 대한 발언은 가장 예리한 발언이었다"며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가 정치하려고 이러지는 않는다고 본다'는 대목은 은연중 강력한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도 윤 총장이 결국 정계에 진출할 경우, 그동안 검찰총장으로서의 행보는 정계 진출을 위한 것으로 치부되고 문 대통령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평가가 뒤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즉 정치에 도전하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해달라는 압박의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감사원을 향해서도 "감사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감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 역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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