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에 뒤진 3위…이 지사에 오차범위 밖 뒤쳐져
어권·텃밭 지지율 하락, 이 지사에 밀려…문 정부 지지율과 연동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대망론'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내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 민심마저 흔들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낙연 대표는 10%를 얻는데 그쳤다. 지난달(16%)보다 6%p가 하락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한달 전에 비해 3%p 상승한 2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조사와 같은 13%로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줄곧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다가 작년 4분기 격차가 줄었고 이번 조사에서 이재명 43%, 이낙연 23%으로 이 지사가 역전했다.
특히 이 대표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광주·전라) 지지율은 21%로 1년 새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지사(28%)와 비교해 오차범위(±3.1%포인트) 밖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 대표는 고향인 전남에서 4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를 역임하는 등 호남을 최대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당 대표 취임 직후인 9월 초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대표는 호남에서 43%를 얻어 23%인 이 지사를 압도했다. 하지만 지난달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역전(이재명 27%-이낙연 26%)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언론과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결졍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사면론이 불거진 이후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세는 호남 지지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속 수감 중인 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물은 결과 '현 정부에서 사면해야 한다' 37%, '현 정부에서 사면해서는 안 된다' 54%로 나타났으며 의견 유보가 9%였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사면에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층과 민주당에 우호적인 진보층에서는 사면 반대가 각각 75%·78%였다. 호남에서는 반대 62%, 찬성 31%, 유보 8%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세확산을 기대하며 사면론을 꺼냈지만 중도층의 호응을 받지 못했고, 그간 공들였던 중도실용 이미지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 여론 전문가는"이 대표의 사면론은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 통합을 목표로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야권은 물론 지지층까지 강하게 반발하며 지지율 하락세만 가속화한 현상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호남 출신 대권주자들이 부상하면서 이 대표의 호남표가 그들에게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정 총리나 임 전 실장의 대권횅보가 본격화할 경우 이 대표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정 총리는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대권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임 전 실장은 최근 현안들에 목소리를 내면서 대권주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 대표 지지율도 변화를 보일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더라도 예전의 1위 탈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당 대표로 있는 동안 문재인 정부 지지지율과 연동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몇주 동안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취임 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부정적 평가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이 대표 지지율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