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내달 10일 최종 판결…2년 가까이 이어온 소송전 마침표 찍을지 관심
소송비용만 수천억원 추정, 향후 협상서 유리한 고지 점하려는 의도 해석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소재 LG에너지솔루션 본사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소재 SK이노베이션 본사.© 뉴스1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소재 LG에너지솔루션 본사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소재 SK이노베이션 본사.© 뉴스1

LG와 SK의 2차전지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이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가운데, 두 기업 간 신경전이 다시 고조돼 재계의 관심을 끈다.

17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미국 ITC는 다음달 10일(현지시간) 양사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2019년 4월 당시 LG화학이 처음 제기하며 시작된 이번 소송과 관련,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5일 최종 판결을 내리기로 했었지만, 같은해 10월26일로 판결을 처음 연기했다. 이어 12월10일로 결정을 미룬 데 이어, 올해 2월10일까지 총 3차례 잇따라 판결을 연기, 2년 가까이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ITC가 판결 연기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송 당사자들과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50건 이상 판결이 연기된 것을 감안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업무 지연 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기 결정 이후 양사 간 신경전은 한동안 잠잠했지만, 판결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불이 붙고 있다.

LG화학에서 분사해 소송을 이어받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4일 참고자료를 내고 "미국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무효심판(IPR, Inter Partes Review) 8건 모두에 대해 조사 개시를 거절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9월3일,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를 상대로 SRS특허 및 양극재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IPR을 대거 청구했으나 PTAB가 모두 각하했다"며 "조사개시결정에 대한 항소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 유효성에 대해 다툼을 시작조차 못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계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이 ITC보다 PTAB에서의 특허무효율이 더 높기 때문에 PTAB에 IPR을 대거 신청했으나, 이번 조사개시 거절결정으로 특허소송 전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PTAB에 제기한 배터리 모듈 관련 IPR 1건은 지난해 9월30일 조사 개시가 결정돼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리늄이온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LG의 2차전지 사업은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이어간다. © News1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이튿날인 15일 미국 PTAB 결정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PTAB가 중복조사를 이유로 각하한 것뿐이고, 오히려 특허가 취소될 수 있는 근거를 인정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아전인수식으로 여론을 호도한다"며 날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특허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복잡한 미국 소송 절차 중 일부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마치 실체법적으로 자사에 유리한 판단이라고 왜곡하며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상 원고가 ITC 또는 연방법원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는 해당 절차에서 특허 무효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미국 PTAB에 특허의 세부 쟁점별로 특허 IPR을 제기해 왔는데, PTAB는 작년 초부터 IPR 결과보다 소송 결과가 (ITC 및 연방법원에서 먼저 나온다고 판단되면 중복 청구를 이유로 IPR의 개시를 각하하는 결정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PTAB는 이 같은 이유로 IPR을 각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이 8건 중 6건에 대해 합리적인 무효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을 결정문에서 언급했다"고 알렸다. 특히 지난 2013년 한국 법원에서는 전부 무효로 판단한 LG에너지솔루션의 517특허(한국 310특허)에 대해서는 "PTAB가 '강력한 무효 근거(a reasonably strong case on unpatentability)를 제시했다'고 결정문에 적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이 PTAB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해 조사가 진행 중인 배터리 모듈 관련 IPR 1건에 대해서는 "ITC가 아닌 연방법원에만 계류된 건으로, 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피고가 제기한 IPR이 개시되면 대부분 소송이 중지된다는 점에서 ITC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번에 양사가 신경전을 벌인 사안은 ITC가 내달 10일 판결할 예정인 소송과는 별개이면서도, 다소 곁가지로 분류되는 소송이다. 그럼에도 양사 간 신경전이 다시 불붙는 것과 관련, 재계에서는 판결은 물론 향후 합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쏟아부은 소송비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판결 또는 합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양사가 소송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두 회사가 결국에는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예로 미국 조지아, 테네시주 하원의원들도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미국 ITC가 판결을 미루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며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행정부 산하 기관인 ITC가 이와 밀접한 2차전지 소송과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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