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고 동기' 손혜원 전 의원, 양정철 공개 저격…"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
文 최측근 출신임에도 '야인' 생활…'자발적 거리두기' 내세우며 다시 미국으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집권 5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을 두고 여권이 소란하다. 특이한 것은 야당이 아닌 여권 내부에서, 그것도 친문(친문재인) 인사간 공개 저격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의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이 양정철 전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거칠게 공격한 사건이다.

발단은 손 전 의원이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에 취임한) 2017년 5월에 양정철과 연을 끊었다"고 주장하면서다. 손 전 의원은 "양정철은 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라고 했다.

손 전 의원이 왜 이토록 거칠게 공개 저격했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정봉주 전 의원 등과 의기투합해 열린민주당을 만든 손 전 의원은 민주당이 열린민주당에 선을 그은 이후 양 전 원장을 향해 "많이 컸다"고 하는 등 각을 세워왔다.

양 전 원장은 현재 당이나 정부에서 아무런 직을 맡지 않고 있는 '야인'이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1년여간 맡으며 총선을 준비한 기간을 제외하면, 정권 창출에 기여한 대통령 최측근 참모가 집권 기간 아무런 공직을 맡지 않은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양 전 원장이 정치권에 자주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 전 원장 본인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에 정확한 사정은 알기 힘들다. 여의도 정치인들과 달리 양 전 원장은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도 하지 않는다.

두 사람간 묵은 앙금이 있거나, 차기 정권 창출에서의 양 전 원장의 '역할론'을 경계하는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손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중과 숙명여고를 함께 다닌 동기동창이라는 점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 김 여사와 양 전 원장이 불편한 사이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다만 손 전 의원은 김 여사와의 '절친설'에 대해 "임기 중에는 통화조차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대통령이 된 뒤 한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친문 진영도 세력별로 분화하면서 더이상 '원팀'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조직한 '민주주의4.0'이 논란이 되자,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문심(文心) 논쟁이 벌어지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측근들에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임기말 각자도생 다툼"이라고 관전평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4일 SNS에 "친문의 분화? 친문의 쟁투? '나꼼수'(나는 꼼수다) 멤버끼리 치고받는 꼴불견을 보이더니 이젠 손혜원이 양정철을 조롱한다"며 "임기말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의 다툼이 아닌가 싶다. 기울어가는 권력의 말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 전 원장이 지난해 총선에서 인재영입과 선거전략을 총괄하다보니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조차 양 전 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아니다를 두고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여권에선 가끔씩 "아직도 양정철이 문 대통령의 복심이냐"고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궁금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고, 일부는 손 전 의원의 시각과 유사하게 "복심이라니, 대체 언제적 얘기냐"고 핀잔을 주는가 하면 일각에선 양 전 원장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을 함께하거나 퇴임 후 곁에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당사자는 말이 없고, 대신 나선 사람은 문 대통령의 또 다른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첫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아 지난해 총선 출마 전까지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윤 의원은 양 전 원장이 손 전 의원으로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받자 지난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속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답답하다"며 '형'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요즘 형의 이야기가 언론을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고 운을 뗀 뒤 "가끔 소주 한잔을 마실 때면, 야당이나 보수언론의 공격보다 내부의 이야기에 더욱 상처받았다. 그런 형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지독한 외로움을 겪을 형을 생각하며, 반드시 성공해야 될 문재인 정부를 생각하며 소주를 마신다"고 적었다.

양 전 원장은 기자에게 "여의도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등판론을 재차 일축한 바 있다.

그의 '자발적 거리두기'는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측근 실세'를 곁에 둘 수 없는 정치 환경의 영향도 컸다.

이른바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가운데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당시 양 전 비서관이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해외로 홀연히 떠나는 강수를 둔 것도 이때문이다. 국내에 머무르면 온갖 억측이 나올까 몸을 낮췄던 것. 청와대나 정부 요직을 맡지 않고 '야인'으로 지내며 야당의 공격을 원천 봉쇄했다. 두 사람의 2선 후퇴는 집권 초 친문 패권주의와 그 중심에 '3철'이 있다는 논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4월 총선 압승 다음날 미련없이 민주연구원장에서 물러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당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며 여의도를 떠난 양 전 원장의 소식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하마평 기사에만 오르내릴 뿐이었다.

본인은 총선 이전부터 최근까지도 "대통령께 부담을 드려선 안된다"는 말을 반복해왔고, 문 대통령 퇴임 후 정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측근들에 강력히 전했다고 한다. 주변 인사들이 양 전 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추천하려고 할 때마다 양 전 원장이 선을 그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그는 임기가 5월까지임에도 4월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물러나 시골에 내려가겠다는 계획을 총선 전부터 미리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양 전 원장이 스스로 선을 긋고 '떠나겠다'는 거취 표명을 지나칠 만큼 자주 한 것은 그만큼 '3철' 등 측근 정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거부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 전 원장은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적을 두고 머물 예정이다. 그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손 전 의원은 "이 사람이 미국에 간다면 '자의반 타의반'이 아니라 순전히 '자의'로 가는 것이고, 조용해질 때까지 미국에 있다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온갖 페이크(속임수)로 자기 사익을 위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일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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