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력 강화' 강조하며 제재 해제·합의 이행 입장 반복
대남·대미 인사에도 주목…대화 신호냐 강경 회귀냐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진행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진행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8차 당 대회에서 대남·대미에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며 대화의 공을 넘겼다. 남한은 '하는 만큼', 미국은 '선대선, 강대강 원칙'으로 상대할 것이며 모두 이들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고 했다.

당초 기대됐던 전향적인 메시지 없이 기존 입장을 반복했지만 어느 정도 대화의 여지는 남기면서 향후 대외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남·대미 전향적 입장 없었으나 여지 남겨

김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대미, 대남 관계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먼저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그 원인은 남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기존에 북한이 밝혀온 입장과 같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측이 먼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요구한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남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로 볼 때,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개별 관광 허용 움직임 등 최근 남한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은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이 엄중한 상황을 더이상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며 개선 의지는 보였다.

북미 대화도 오는 20일 취임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공을 넘긴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라며 "강대강·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자신들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미 대화 답보 상황에서 강경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가 오가지 않은 가운데, 일단은 미측의 입장을 먼저 들어보고 대응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행정부의 교체를 의식한 발언도 내놓았다. 이에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먼저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력 강화'에 방점 찍어…협상력 높이려는 포석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핵·전략무기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자신들의 국방력을 과시하고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를 명시했다. 이는 자신들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자위적 조치'이며 국가방위력은 외교를 옳은 방향으로 담보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여지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핵잠수함 개발할 것이며 미국을 겨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탄두 개별유도,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등 미사일 관련 기술과 군사정찰위성, 작전반경 500㎞ 무인정찰기 등의 개발 의지도 다졌다.

상당수가 연구 개발 단계에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자신들의 조건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무기 개발을 이어왔음을 시사한 것 으로 분석된다.

그는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에로 추동하며 그 성과를 담보하는 위력한 수단으로 된다고 강조"하는 등 자신들의 조치는 '자위적 차원'이며 외교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강해진 군사력은 향후 바이든 정부와의 북미 대화에서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남 김영철 복귀·대미는 큰 변화 없어 

북한의 대남·대미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관련 인사도 주목받았다. 다만 이번 당 대회가 대외 문제보다 경제 등 대내 정책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대남·대미 라인 인사들의 위상 변화는 향후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남 라인에서 눈에 띄는 인사는 김영철이다. 그는 '하노이 노딜' 이후 물러났던 통일전선부장직에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꾸려진 당 중앙위 비서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과거에는 통일전선부장이 대남담당 비서도 겸했으나 북한이 이번에는 이 직책을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부위원장은 한반도에 훈풍이 불던 2018년 통전부장직을 수행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한 인물이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경질됐지만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남 '대적 사업' 당시에 전면에 나섰다.

이런 그의 복귀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그가 북미 협상을 맡았던 만큼, 남북미 관계 교착 상태를 돌파해보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지만 '대남 강경'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리선권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대미 라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리 외무상은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에 포함돼 있었으며 최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지난해 북미간 대화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들도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으나 일단 교체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발표와 맥락이 같다. 즉,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 대북 기조를 보이기 전까지는 따로 재정비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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