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고유의 직함 복원…'유일 영도' 이미지 강화
사회 전반에 '당적 통제' 강도 높여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1면에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의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1면에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의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제8차 당 대회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사회 전반에 대한 '당적 통제' 강화 움직임라고 볼 수 있다.

노동당 중심의 통치 구조를 갖춘 북한이 당 중심의 통치를 한다는 것은 새롭지 않지만,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이 같은 구조가 더욱 공고화된 모양새다.

◇김정은 '당 위원장'에서 '총비서'로 직함 변경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직함을 '노동당 위원장'에서 '총비서'로 바꾸었다.

비서 체제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운영했던 당의 운영 시스템이다. 당의 주요 결정에 대해 분야별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당 비서다.

최고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 두 선대 지도자들은 당의 최고직함으로 '총비서'를 사용했다. 그러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의 비서국 체제를 위원회 체제로 바꾸면서 총비서 대신 '당 위원장'이 최고직함으로 쓰였다. 이게 5년 전 7차 당 대회 때 일이다.

결국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총비서 직함을 부활시킨 셈이다. 5년 전 김 위원장이 '당 위원장'에 오를 때 그가 선대와 다른 호칭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다시 선대 시절의 방식으로 돌아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역시 유일영도 체제의 공고화다. 북한은 선대 시절의 호칭을 되살리는 것이 오히려 정통성 부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또 위원회 체제 이후 직함의 혼선 문제도 발생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각 지역의 당 위원회의 장도 '위원장'이다보니 호칭에서 권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서 체제에서는 총비서 아래에 당 중앙위원회 비서, 그 아래로 각 급의 당 위원회에서는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라는 호칭을 쓰게 된다. 최고지도자가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독립적 호칭을 쓰게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스타일의 당 중심의 통치를 강조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특성 상, 총비서 체제가 몇년 이어진 뒤 김 위원장 본인도 '국가주석'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의 '당적 통제' 강화, 국방력도 당이 관리한다

표면적인 특징 외에도 실질적으로 국가 운영에 있어 당의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도 나왔다.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당에 '군정지도부'를 신설한 것을 공식 확인했다. 군정지도부는 향후 군의 운영 방식, 인사 전반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 수립과 총화(평가)까지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 규약을 개정하며 제6장에 '조선인민군 안의 당 조직' 부분에 "조선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성격을 명백히 규제했다"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군에 대한 당적 통제의 강화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과거 인민무력성(우리의 국방부)으로 불리던 이름을 '국방성'으로 바꾼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됐는데, 호전적 성격의 이름을 바꿈으로서 잦은 무력 도발로 인해 얻은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도 했다.

군의 입장에서는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비해 정치적 위상이 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군이 앞으로 '현대화·고도화'를 통해 새로운 군으로 도약할 것임을 당 규약에 명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당적 통제를 통해 군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당의 권위도 높이고 '대화'의 시대에 위축될 수 있는 군의 사기와 능력도 제고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흐름도 가속화…확고한 '김정은 정치'의 시대

이번 당 대회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인상적인 모습은 간부들의 세대교체가 체계적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요 간부들은 여전히 선대 시절의 사람들이다. 체제의 특성 상 이들의 '딴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으나, 김정은 위원장과 처음을 함께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당 대회 전까지 당의 직함이 제1부부장이었던 조용원은 당 대회를 계기로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일시에 포함되며 엄청난 지위 상승을 보였다.

조용원은 김정은 시대의 사람으로 볼만하다. 그는 김 위원장 집권 후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하고, 정상회담에도 따라 나섰다. 그의 위치는 항상 김 위원장의 '바로 옆'이었다.

그가 이번에 오른 자리들은 과장을 좀 보태면 '더 올라갈 수 없는' 자리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련의 인사를 보면 당 중앙의 고위직은 50% 가까이 변동이 감지된다. 또 당 중앙의 조직 구성도 세부적인 변화가 엿보이는데 이는 북한의 향후 활동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개막하면서 김일성, 김정일 두 선대를 당 대표자로 모시고,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강화를 추구하는 등 선대 시절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김정은식 정치는 또 한 번 새로운 물결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도출된 조치들에 선대 시절에는 없던 변화 요소들이 엿보이고 있다.

선대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기 보다는, 정통성과 권위를 이어받은 '김정은 시대'의 온전함을 공고화하는 행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민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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