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입지 '상승' 한다더니…"위상 판단은 아직 성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직책이 이번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는 위상 확인이 어려워 주목된다.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 공보 등에는 김 제1부부장의 이름이 빠져있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명단을 비롯해 김 제1부부장의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져있다. 

김 제1부부장의 이름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올라가 있다. 하지만 해당 명단은 기존 직책인 정치국 후보위원보다 낮은 급이기에 김 제1부부장의 입지 변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4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돼 활발할 정치 행보를 보여왔고,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다. 

특히 지난 6월 대남 '대적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총괄'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고, 자신의 명의로 대남·대미 성명을 발표하며 북한의 외교를 총괄하고 있음을 공고히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김 제1부부장을 북한의 '2인자'로 인정한 바 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제1부부장에 대해 "외교·안보 뿐 아니라 당 참관 행사의 총괄기획까지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향후 직책 격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전문가들도 김 제1부부장의 위상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우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 김 제1부부장을 책임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인사 결과만으로 김 제1부부장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두혈통'으로 주요 국정 운영 전반에 참여하고, 김 위원장을 보좌해온 만큼 정치적인 위상은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위상과 공식 지위와 관련해서는 성급한 판단은 유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여전히 당 중앙위 위원에 올라와 있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중요한 핵심 직책을 맡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김여정이 외부에서 후계자로 거론되는 등의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좌를 중심으로 한 업무 방향은 유지돼도 공식적인 직위 부분은 최측근인 조용원 제1부부장을 밀어올려서 보좌하게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유일체제에서는 혈연권력을 허용하지 않는데 최고지도자의 동생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김일성 주석의 동생 김영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를 보면 직급도 좋지 않았던 만큼, 전체적으로 볼 때 추후 김여정의 공식직책도 신중하게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파' 김영철, 대남기구 '통일전선부장' 복귀…당 대회서 결정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이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열린 제8차 당 대회에서 진행된 주요 인선을 이날 상세히 공개했다.

신문은 김영철에 대해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으로 호명하며 정치국 위원 자리도 유지한 것을 확인했다.

김영철은 과거 통일전선부장을 맡으며 대남 강경파로 분류된 인사다. 지난 2018년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여러 차례 회담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 했던 김영철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대남 '대적 사업'을 진행하면서 남측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며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다.

리선권, 자리 유지했다…대미라인 두드러진 변화는 아직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리선권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대미 라인'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당초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계기로 외교 라인을 정비 한다면 북미 협상 전략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까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차 당 대회 6일차 소식을 전하면서 공개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을 보면 '리선권 외무상'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초 외무상에 발탁된 리선권은 직업 외교관이 아닌 대남라인 출신이라 주목을 받았다. 당시 경제난에 대한 '정면 돌파전'과 맞물려 당분간 "대미 협상을 안하겠다"라는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6월12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를 통해 앞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논의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후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밀려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일단 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당 대회에서 리 외무상을 대미 외교 협상력을 갖춘 인물로 교체해 북미 회담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지난 연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밀려난 것으로 관측됐던 강경 인사 리선권이 자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대외관계는 여전히 김정은 총비서(국무위원장)가 직접 결정하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인사를 활용해 펼쳐나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중 가장 나중에 호명된 것을 두고 그의 위상이 하락된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번 당 대회가 경제 정책 등 내부 사안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외 사안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대미 협상 전략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최 1부상은 지난해 7월 스티븐 비건 국무부 장관이 방한에 맞춰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라는 내용의 대미 담화를 발표한 뒤 공식 석상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까지 북미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렇다할 성과를 과시할 기회가 없었다.

북한은 일단 오는 20일 바이든 정부의 출범까지는 대미 라인을 재정비하지 않고 미국의 대북 기조를 먼저 살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관계를 푸는 열쇠로 제시했다. 이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다.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에…'핵심 실세' 등극

북한의 김재룡 전 내각총리가 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장'에 오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제8차 당 대회에서 단행된 인선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김재룡은 '당 중앙위워회 조직지도부장'으로 호명되며 당 정치국 위원에도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조직지도부는 당의 주요 인선을 담당하고 특히 고위간부들에 대한 검열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핵심부서다. 북한이 조직지도부장의 이름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도 다소 이례적이다.

김재룡은 지난 2019년 4월 내각총리에 오른 뒤 지난해 8월 교체됐다. 이후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고 당 부장직도 겸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체적인 부서의 이름이 밝혀지진 않았다.

이날 그의 당 부장 직함이 조직지도부장인 것이 확인된 것은 그가 당 대회를 앞두고 주요 결정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번 당 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직도 맡았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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