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퇴진…'김정은 시대' 세대교체 상징
조직지도부장에 김재룡…김영철 복귀 눈길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열린 제8차 당 대회 6일 차 회의에서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열린 제8차 당 대회 6일 차 회의에서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선출된 주요 인선을 11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상세히 공개했다. 이번 인선에선 조용원·오일정 등의 정치적 도약과 박봉주 등의 퇴진 등으로 세대교체 흐름도 확인됐다.

이번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용원 당 비서의 급부상이다. 그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82세의 고령인 박봉주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대신해 최고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꿰차게 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린 조용원 노동당 비서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아울러 비서국과 중앙군사위원회에도 각각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문은 조용원의 이름을 위원 중 가장 첫 자리에 두며 그의 높아진 입지를 반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 실세로 알려진 조용원은 김 위원장의 주요 동선에 거의 모두 동행해 왔다. 수차례의 해외 정상회담을 물론, 각종 분야에 대한 현지지도에서 조용원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몇년 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빈도가 가장 높았던 간부다. 특히 지난 2019년 신년사 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여정 제1부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직함과 무관한 지위가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귓속말 보고'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당 대회에서도 같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간 당 제1부부장으로 활동 범위보다 당 직함은 높지 않았으나,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확고한 정치적 지위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북한의 권력서열 5위에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내각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재룡은 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장'에 오른 것이 확인됐다. 김 부장은 당 정치국 위원에도 포함됐다.

조직지도부는 당의 주요 인선을 담당하고 특히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열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핵심 부서다. 북한이 조직지도부장의 이름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날 그의 당 부장 직함이 조직지도부장으로 확인된 것은 그가 당 대회를 앞두고 주요 결정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번 당 대회에서 준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북한의 군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당 내 신설 조직인 군정지도부장에는 '항일 빨치산' 후손인 오일정이 이름을 올렸다. 오일정은 김일성·김정일 시대 인민무력부장을 역임한 오진우의 아들이다. 

당국은 군정지도부가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열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에서 독립한 기구로 보고 있다. 이는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구성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국방력을 강화하는 여러 조치들을 취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군정지도부에 실릴 권력의 무게는 클 것으로 보인다.

총정치국장은 김수길에서 권영진으로 변경됐다. 총정치국장은 주요 군 간부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으며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 국방부 장관 격인 인민무력상을 제치고 북한군 서열 1위로 평가돼 왔다.

북한은 또 지난해 인민무력성의 이름을 국방성으로 교체한 사실도 공식화했다. 김정관 인민무력상은 이날 공개된 정치국 위원 명단에 '국방상' 직함으로 올랐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은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했다. 아울러 정치국 위원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김영철은 과거 통일전선부장을 맡으며 대남 강경파로 분류된 인사다. 지난 2018년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여러 차례 회담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했던 김영철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대남 '대적 사업'을 진행하면서 남측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며 '복귀'가 점쳐진 바 있다.

리선권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대미 라인'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계기로 외교 라인을 정비한다면 북미 협상 전략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 출범까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리 외무상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중 가장 나중에 호명된 것을 두고 그의 위상이 하락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당 대회가 경제 정책 등 내부 사안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외 사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대미 협상 전략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선에서 박봉주의 퇴진을 두고 세대교체의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직은 신·구세대가 두루 배치됐으나 향후 젊은 간부들의 등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정치국 위원이나 당 부장 등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이름이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도 빠져 이목이 쏠린다. '대남 총괄'을 비롯해 대외 정책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김 제1부부장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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