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입법' 폐혜…정인이법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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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입법' 폐혜…정인이법도 마찬가지였다
  • 뉴스1
  • 승인 2021.01.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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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졸속 입법'에 전문가들 비판 목소리
이슈 집중하며 처벌 강화만…근본 대책은 외면

국회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를 열고 사회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민법 개정안과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치권에서 붙은 이름은 이른바 '정인이법'이다.

그러나 '정인이법' 통과를 놓고 사회적으로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행태를 놓고 근본적 해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슈에만 휩쓸려 네이밍법 처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여야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20여개 이상의 관련 법안을 쏟아냈다. 본회의가 끝나고 난 뒤에는 언제나 그랬듯 법안 처리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정인이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정인이법'

그렇다면 이번 법안 처리에서 무엇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 일련의 과정을 일부라도 살펴보면 이번 법안 처리가 얼마나 벼락치기였는지가 드러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은 '정인이법'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법이다.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은 수년 전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처리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6월 아동학대예방 포럼을 개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 때만해도 법률안 개정의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체벌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민법 개정안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 것은 지난해 6월 계모가 여행용 가방에 9세 아이를 가둬 숨지게한 사건이 터지고 난 뒤였다. 그러나 이 마저도 사건이 잊히면서 민법 개정안 처리는 관심 속에서 사라져갔다.

사건이 터지고 사람이 죽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는 행태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정인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며칠간 논의된 뒤 곧바로 처리됐다.

이같이 속도감 있게 처리될 법안이었으면 이제껏 왜 이렇게 시간이 허비됐는지 의문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따지고 보면 이 법은 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와는 직접적인 연관도 없다는게 중론이다. 부모의 징계권을 민법에 남겨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인이 사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삭제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법은 자녀에 대한 물리적 제재는 더 이상 있으면 안된다는 메시지가 강한 법으로 실질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벌 강화에만 열 올리다 비판 거세지자 다시 논의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가장 많은 우려가 쏟아진 부분은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이었다. 정인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접수된 16개의 법안 중 5건이 형량을 높이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한 채 처벌만 높이면 오히려 범죄가 숨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정형이 높아진 이후 기소율이 떨어졌다. 형량이 높아지면 그만큼 입증의 책임도 커지는 탓이다.

인권피해를 겪는 장애인·여성·아동의 소송을 전담해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가해자 강력처벌에 동의하지만 법정형 하한을 올리면 피해자들이 힘들어진다"며 "아예 기소도 안되고, 법정형이 높으면 법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증거가 없으면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가 나온다"고 했다.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 시 피해 아동을 부모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내용도 현장을 모르고 내놓은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현행법상 아동학대 신고가 1회만 있어도 즉시 분리가 가능하다. 법이 없어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내사 종결에 그친 것도 아니다. 즉시분리 매뉴얼은 이미 존재하며, 그 매뉴얼이 현장에 얼마나 잘 적용시켜 유지시킬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아동 사례 중 82.0%는 원가정보호가 지속됐으며 분리조치가 지속되거나 분리조치된 경우는 13.4%에 불과했다.

이유는 즉시 분리가 가능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친척이나 위탁가정을 제외하고 피해아동이 쉽게 이동할 쉼터는 올해 기준으로 고작 76개소에 불과하다. 한 쉼터당 약 5~7명 정도만 수용 가능해 고작 500여명 아동만 받을 수 있다.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학대 피해 아동이 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2개월가량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해서 아동들이 쉼터에 오래 머무르는 편"이라며 "저희 지자체에는 쉼터가 별로 없는데, 쉼터에 인원이 차 있다 보니 피해 아동이 다른 지역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학대예방경찰관(APO)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정작 전문성은 부족하다. '최근 3년간 APO 근무자 수 및 재직기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경기남·북부청 143명의 APO 중 73명이 재직기간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는 결국 이같은 근본적 대안을 담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에 즉시 분리 방안과 징역형을 강화하는 내용은 법안에서 뺐다. 김예원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법안에서 일부) 독소조항이 빠졌다. 일단 이 정도에서 멈춘 것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적기도 했다.

다만, 법사위가 해당 내용을 추가로 더 논의, 심사숙고해 입법하겠다고 한 만큼 얼마나 밀도있는 논의를 가질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슈만 쫒는 졸속 입법…부끄러운 네이밍 법안

정인이법 이전에 민식이법과 김용균법, 윤창호법 등 수많은 네이밍 법안이 존재했다. 이같은 법안들은 대부분 정인이법 처럼 졸속으로 처리되거나 시간이 지나 관심이 떨어지면 반쪽 자리 법안이 됐다.

민식이법은 과잉 처벌 논란을 낳았고, 김용균법은 1년간 논의 끝에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됐으나 정작 김씨의 업무는 개정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됐다.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씨의 사망으로 필요성이 제기돼 국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수많은 예외조항이 달리며 누더기 법안이 됐다.

양육 의무를 저버리고 남처럼 산 부모가 자식의 재산을 상속할 수 없도록 한 민법 개정안도 관련 사건만 터지면 이슈화 됐다가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뒤 '구하라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통해 외면 받았던 부분을 부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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