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文대통령 지키겠다"…'관망' 친문 표심 공략

정세균 국무총리가 6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6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새해 들어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 결과 여권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약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체'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여권의 '잠룡' 중 하나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 지사와 이 대표의 양강 구도를 깰 '제3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정 총리 본인이 대권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정 총리의 오래된 꿈인 만큼 2022년 대선 도전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 총리는 이미 지난 2012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쟁했지만, 손학규·김두관 후보에게도 밀려 4위로 경선을 마감한 적이 있다.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 당 대표, 국회의장까지 거치며 대선주자로서 자격 요건은 충분히 깆췄으나 아직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총지휘하고 있어, 향후 방역 성과가 대권 도전을 위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한 국면에서 정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직을 던지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렵다. 고강도 방역대책 시행과 해외 백신 도입 등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을 매듭짓고, 안정세로 전환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총리직 사임의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정 총리의 변신본격 행보 나서나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할 말은 하는' 단호한 국정 총괄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정 총리가 미소를 거둔 것은 성큼 다가온 대선 시간표 앞에서 꺼낸 나름의 돌파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정 총리는 당정청 '원팀' 기조의 고삐를 죄는 군기 반장 역할에 주력하면서도 적극적인 국정 책임자로서의 선명성 부각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방역 이슈로 맹공에 나선 야당에 강경한 태도로 각을 세우고,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격하는 등 그간의 호방한 이미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박스권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고, 제3의 후보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깨지고 이 지사가 약진하는 상황 속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같은 호남·총리 출신에 온건·합리적 이미지로 지역·지지 기반이 겹치는 이 대표의 기존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정 총리 측 관계자는 "결국 정 총리와 이 대표 간 호남판 남북대결이 불가피하다"며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후 그에 대한 호남과 친문 민심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야당의 공격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는 지난 8일 국회에서 '문 대통령이 백신 수급 책임을 떠넘긴다'는 야당 의원에게 "국가 원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 대권 구도를 두고 계속 관망하는 친문 진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정 총리는 최근 주변에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단 한번도 비판하지 않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리는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곁을 떠나지 않은 거의 유일한 호남 중견 정치인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정 총리가 국회에서 눈물을 보인 것도 이례적 모습이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건 민주당 대표 때인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 12년 만"이라며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계기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재·보선 등 정치권 일정을 고려할 때도 정 총리의 대권 행보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서울시장·부산시장이 걸린 4월 재보선을 2022년 대선의 교두보로 보고 총력을 쏟고 있다.

이를 앞두고 정 총리가 사임할 경우 후임 총리 인선으로 시선이 분산되고, 특히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악재가 터져 나와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설령 정 총리가 4월 이전에 물러나더라도, 당 내에서 마땅한 역할을 찾기 쉽지 않다.

총리실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세로 정 총리가 물러날 시점이 4월 재·보궐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 국정 책임자 이미지 극대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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