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행하는 만큼 상대"…'조건부 관계 개선' 입장
공 떠넘기며 南 태도 볼 것…관계 개선 여지는 남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측이 남북합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기대를 모았던 전향적인 입장 변화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남측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이 같이 밝혔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그 원인으로 남측을 지목했다. "첨단 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북한의 경고를 외면하면서 남북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 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미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남북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에 북한이 밝혀온 입장과 같다.

최근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북한도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일에 "코로나19 이후 다시 손을 맞잡았으면 좋겠다"라고 유화 메시지를 냈음에도 기대와 달리 원론적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측이 먼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측의 향후 행동에 따라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는 것으로 일단 공을 남쪽으로 떠넘긴 모양새다.

그는 향후 남북관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으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되어있다", "현시점에서 남조선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불한 만큼', '이행한 만큼' 대목에서는 남북간 사안을 일종의 거래처럼 '주고-받기'하며 민족주의적 정서 없이 남측을 외교적 상대로 대하겠다는 기류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요구한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한미연합훈련 중단'인데 남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개별 관광 허용 움직임 등 최근 정부가 해온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서는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는 남겨두었다. 그는 "이 엄중한 상황을 더이상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당장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북미관계 역시 첫발도 내딛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향후 정세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北 메시지에 "남북 합의 이행에 대한 정부 의지 확고"

통일부는 9일 북한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나온 대남 메시지와 관련해 "남북 합의를 이행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남북이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통일부는 대미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은 북미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북미관계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아직 제8차 당 대회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당 대회 결정서 등 후속입장을 주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남측이 남북합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남측의 태도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해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되어있다"라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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