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지지자들, '기호4번 단일후보' 安에 고개 갸우뚱"…나경원도 "입당해 경선해야"
安측 "입당시 중도·무당·진보층 이탈 우려"…'당대당 통합' 논의 전개 주목

국민의힘은 8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규칙을 변경해 본경선을 100% 여론조사로 치르는 방안을 확정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입당'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누구로 단일화가 되든 '기호 2번'이 아니고서는 승산이 없다는 논리다. 

안 대표측은 '공당의 대표에게 입당 요구는 불가하다'며 맞서는 한편 중도·진보층에 대한 안 대표의 확장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힘이 입당 압박과 함께 '당대당 통합' 제안까지 내놓음에 따라, 향후 안 대표의 입당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을 경우 '통합' 논의로 전개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8일 서울·부산시장 본경선에서 100% 여론조사를 적용하기로 공천 규칙을 변경 의결했다. 당초 20% 반영하기로 했던 당원 투표 비율을 아예 없애면서 안 대표 등 당 외부 인사들도 공정한 경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의 지금 입장이 범야권 단일화 후보가 돼 기호 4번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이라면 (국민의힘) 지지자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 않을까 한다"며 안 대표를 향해 '입당'을 거듭 요구했다.

경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쉽게 오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기 때문에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다단계의 경선을 거치는 것보다는 저희 당에 입당해서 경선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 대표측은 여전히 입당에 대해 완강한 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의 '본경선 여론조사 100%' 규칙 확정에 대해 "어떻게든 안 대표와 단일화를 이뤄 보궐선거를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로 평가하면서도 "공당 대표가 탈당해서 경선에 참여할 수 있나. 정치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특히 안 대표측은 안 대표의 중도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 입당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안 대표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떤 선택이 더 중도를 확장하는데 좋은 방법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한 표라도 더 가져올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최선의 경선 방식을 택해야 하는 것인데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조사한 서울시민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13명의 여야 정치인 중 24.2%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 30.0%의 지지율을 얻어 다른 여야 후보들을 특히 압도했다.

이념성향별로도 중도층의 26.5%, '모름' 층의 25.2%는 물론 진보층에서도 10.0%의 지지를 얻어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유는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층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안 대표측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이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 대표가 오는 18일 후보 등록을 시작하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에 합류할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는 안 대표가 다음달 중 진행될 본경선에 뒤늦게 합류하거나, 안 대표의 바람대로 국민의힘 외부의 범야권 단일화 플랫폼이 마련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입당' 줄다리기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공전될 경우 '합당'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전날 "저는 두 당의 통합이 후보단일화에 우선하여야 한다고 생각해 선통합, 후단일화를 해답으로 생각한다"고 밝혔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전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 후보의 '입당'보다는 '합당' 논의를 먼저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태규 의원은 이날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당대당 통합'을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지만,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의 '혁신'을 전제로 합당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안 대표는 앞서 두 당의 합당 논의에 대해 줄곧 "야권의 혁신 경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만약 국민의힘이 여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 효과'를 넘어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는 등 변화의 모습이 나타날 경우 안 대표로서도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에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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