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비공개 지도부-최고위 연석회의에서 합당 관련 의견 오가
박범계 당시 법사위원, 검찰개혁 등 쟁점법안 처리시 '야당 몫' 역할 강조

4·7 재보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합당 여부가 정치권 의제로 떠올랐다. 다만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이 '야당'으로 남아있는 것이 쟁점 법안 처리시 도움이 된다고 판단, 합당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이낙연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지도부-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 복귀로 충격에 빠진 민주당 지도부가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한 최고위원이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날 회의 의제는 아니었지만 위기에 빠진 당의 세력을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의견이 오갔다.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전이었던 박범계 법사위원은 이 회의에서 열린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해야 법안소위에서 야당의 극렬한 반대를 뚫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합당을 반대했다고 한다.

지난달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개정안 처리 당시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의 '공조'로 국민의힘의 지연작전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공'의 기억이 민주당에 강렬하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민의힘이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늦춰보려 했으나,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지명하며 법안 처리를 관철했다. 민주당에선 '히든 히어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당시 법사위원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히든 히어로가 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한다"며 "내일 회의에서 여당 3명에 최강욱 대표가 찬성해주면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강욱이 야당이냐"는 조롱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 극한 대치가 벌어지는 입법대전에서 열린민주당이 '야당' 몫 자리에 들어가 국민의힘을 무력화하는 카드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대표는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도부 몇몇 의원에게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4·7 재보선의 판세가 여권에 불리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범여권 표 분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라도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후보 단일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우 의원은 지난 연말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통합한다면, 단순 지지도에서도 상승할뿐더러 지지자 통합의 시너지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이를 위기 돌파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당대당 통합을 주장했다.

이처럼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통합시 최근 당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기대한다.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모인 열린민주당의 6~7% 대 지지율을 눈여겨 보는 분위기다. 통합시 적어도 3~4%는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판단, 국민의힘에 뒤진 당 지지도를 1위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나 공개 석상에서 열린민주당 통합 논의를 공론화한 것은 아니어서, 열린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향후 재보선 정국에서 계속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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