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이나 입당 안되면 출마할 수밖에…오로지 야권단일화 소명"
국민의힘 후보로 안철수와 최종 승부…서울시장, 대선 동시 노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정권탈환의 초석이 되겠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양 당이 합당할 경우에는 출마의 뜻을 접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단일화를 위해 안철수 후보에 간곡히 제안한다.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고 밝혔다.

그는 "합당을 결단해주시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저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한으로는 "17일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넘어 '야권 자체'가 단일화될 때 비로소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당은 안 후보의 입당보다는 합당 논의를 먼저 시작해주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양당의 화학적 결합만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양대 선거, 특히 대통령선거의 승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것"이라며 "입당이나 합당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이 제안에 대한 고민으로 며칠간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이번 제안에 '오세훈'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없고, 오로지 야권의 역사적 소명인 '야권 단일화'가 중심에 있을 뿐"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로써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초등·중학교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10년 만에 시장직 탈환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보수 진영 일각으로부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탄생시킨 데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결자해지론'을 들어 왔다.

오 전 시장은 이 같은 논의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대권 행보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야권 단일화'를 내세우며 서울시장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

그는 지난 3일에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국민의힘 중심의 선거'를 논의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보수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후보는 총 9명이 됐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는 김선동·오신환·이종구·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 전 시장 계산서울시장, 대선 동시 노리나

오 전 시장의 7일 '조건부 출마' 발표에 대해 야권 주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해 야권 1호로 출마선언을 한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페이스북에서 "참 독특한 출마선언"이라고 비꼬았다. "야권 후보 단일화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자신의 출마 여부를 왜 타인(안 대표)의 결정에 맡기나"라는 것이다.

김선동 전 사무총장은 보도자료에서 "본인의 거취는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안철수 후보를 끌고 들어가지 말라"며 "출마하려면 당당하게 하라"고 직격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통화에서 "단일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방식에 너무 매몰돼 더 중요한 단결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오 전 시장과 만나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아직 출마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오신환 전 의원은 안 대표의 입당을 압박하는 오 전 시장의 취지에 공감했다. 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일화 가능성을 100% 충족하면서 본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의 통합은 당연한 전제가 돼야 한다"며 "이제 안 대표가 답할 차례"라고 적었다.

당 안팎에선 오 존 시장의 조건부 출마에 대해 서울시장과 차기 대선을 노린 승부수로 평가했다. 안 대표가 입당하지 않을 경우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당내 경선에서 오 전 시장이 1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안 대표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해볼만하고 야권 통합후보가 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낮아 오 전 시장 입장애선 당 지지를 오롯이 받을 수 있고, 후보단일화 명분도 차지하게 된다.

안 대표가 전격 입당할 경우 불출마 하기로 했으므로 이후 행보는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으로 옮겨질 수 있다. 오 전 의원 입장에선 안 대포ㅛ를 서울시장에 묶어놓고 야권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는 유리한 점이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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