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패 자인, 원인을 내부로 언급한 것은 큰 혁신 예고"
"대남·대미 관련 메시지 비중 상당할 것…북미·북중·북러 회담 평가될 듯"

5년 만에 개최된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눈여겨 봐야할 '관전 포인트'가 무엇인지와 관련해 6일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제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가 1월5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막됐다"면서 전날 오전 9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과 함께 대회 주석단에 등단했다고 보도했다.

먼저 이번 당 대회 개회식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전면적인 실패를 재차 인정한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았다. 특히 실패의 요인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아직 끝나지 않은 당 대회에서 추후 대남대미 메시지가 '긍정적'으로 발신 될 것이라는 관측들도 제기됐다.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내부 전략 노선의 결정 자체가 충분히 함의적인 대외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수호 "경제실패 자인 눈길…원인을 '내부'로 언급한 것은 큰 혁신 예고"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개회사를 통해 '경제계획이 엄청나게 미달 됐다'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중장기적 경제 계획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자인을 한 것은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서 발표됐던 제3차 7개년 경제 계획을 두고 있었던 일"이라면서 "당시에도 '엄청나게'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5개년 경제 계획의 전면적 실패를 인정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예전(3차 7개년 계획)에 실패의 원인을 외부 조건인 '사회주의 붕괴'에 뒀다면, 이번에는 외부 조건을 얘기하면서도 내부 조건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혁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내부적 노선에서 큰 혁신과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번 당 대회에서 언급될 '당 규약 개정'도 관심 있게 봐야한다고 했다. 특히 노동당 규약 전문 중 '노동당의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다(…중략)'는 내용이 개정될지 여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내용은 사실상 '적화통일'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민족성'보다는 '국가성'을 강조해 왔고, 남쪽에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매달리지 않는다는 이른바 '투 코리아 전략'(two Koreas)을 사용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스타일이 이번 노동당 규약 개정에 반영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8년 4월20일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 전략노선을 채택한 것이 이번 당 대회에서 '승인'될지 여부도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당 대회 때 경제 총력 집중 노선이 승인이 된다면, 실제 정책이 어떻든 간에 긍정적인 대외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핵 경제 병진노선' 채택이나 '핵 보유국'을 언급하지 않는 것 자체로 유화적인 대남·대미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대남·대미 관련 메시지 비중 상당할 것…북미·북중·북러 정상회담 평가될 듯"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대남·대미 등 대외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실장은 "이번 당 대회의 총화 분야는 4개로 사회주의 건설·조국통일위업·대외관계 진전·당 사업 강화 발전"이라면서 "지난 7차 당 대회에서는 '세계자주화 위업'을 주제로 대외관계를 다루긴 했지만 가치지향적인 내용만이 담겼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대외관계 진전'이 포인트로 작용해 기존 5년간 북미,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진전된 대외 관계를 평가하고 향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대외관계와 관련한 메시지가 구체화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당 대회서 대외관계 메시지가 양적으로는 적더라도 무게감 있게 제시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아울러 홍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개회사에서 '간고한 상황'에 당 대회를 소집했다고 말하면서도 이 자리에서 '대외관계를 진전'에 대해 언급한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대외적 메시지를 보내 정세에 영향을 미칠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온갖 반동세력들의 심대한 타격' 등의 언급도 일종의 대외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홍 실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사업 총화를 위한 준비과정들을 상세하게 공개한 부분에도 주목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당 중앙위원회에서는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하고 아래에 파견해 실태를 료해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농민·지식인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7차 당 대회에는 없었던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가 조직됐고, 이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로 봐야하며 기존의 상설조직이 유명무실화된 것을 의미한다"면서 "당 대회 준비 과정을 이렇게 상세하게 공개한 이유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중폭 이상의 조직, 인적 기구 개편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노동자·농민·지식인당원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의 의견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한다"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지난 7차 당 대회와 비교해 참석한 인원 수가 약 1300여 명 늘어난 부분에도 주목했다. 또 '당 재정사업'의 총화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는 당 조직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지만 크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 통치자금에 해당하는 부분일 수 있어 뭔가 이 부분에 있어서의 변화를 예고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당 대회 소집 배경 장황하게 설명…내부 결속 총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번 당 대회의 소집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 눈에 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언급한 '일찌기 있어 본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의 난국', '대내외 형세의 변화 발전', '전례없이 장기화된 사상초유의 보건위기 상황' 등을 거론했다"면서 "이런 정세 인식에서 당 대회를 내부 결속의 총판으로 이끌어 가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대회 목표는 국가의 부흥과 인민의 행복, 당 대회 기조는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에서의 새로운 승리임을 재차 언급했다"면서 "투쟁구호로서 일하는 당 대회 언급은 거창하고 형식적인 당 대회가 아닌 실무형 당 대회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업총화보고에서 '조국통일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 시킬 것을 예고한 것과 관련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운 통일방안을 비롯한 대남 메세지와 향후 북미관계 전략를 포함한 대미 메세지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기영 "화끈한 대외 메시지는 없을 듯…다만 함의적인 메시지는 가능"

성기영 전략연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목적 달성 실패는 미리 예고됐던 부분이었다면서도 "과거에 경제난의 원인을 대북 제재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찾았던 전형적인 패턴과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겠다고 한 것은 기존에 남한, 미국, 유엔 제재 등 외부에 적을 만들어 비난하면서 주민결속을 강화하려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기대하는 만큼 뭔가 화끈한 대외 메시지는 제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 대회 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지난 5년의 내용을 총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한이 어떠한 새로운 국가 노선을 수립할지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연구위원은 "그간 당 대회가 개최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큰 초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으로 예고를 했기에 화끈한 대남·대미 메시지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대외 메시지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관측했다.

성 연구위원은 "7차 대회에서는 '항구적 전략적 노선', '당 건설의 전략적 노선', '병진노선', '자강력 제일 주의' 등으로 전략적 노선을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북한의 전략적 목표가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사업 총화보고에서 제시가 될 것인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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