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최한 당 대회에서 "경제 전략 엄청 미달" 발언
최악 경제난에 '경제 재건' 시급…남북경협 청신호 켜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제8차 노동당 대회 2일 차 회의에서 사업총화 보고를 이어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제8차 노동당 대회 2일 차 회의에서 사업총화 보고를 이어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일 제8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대외 메시지 내놓지 않고 대신 경제 문제를 설명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대대적인 경제 변화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경제 실패'를 인정하면서 향후 나아갈 방향과 목표 등에 대해 밝혔다. 이는 이번 당 대회를 경제 재건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5년간의 투쟁 여정에 우리 당이 혁명 투쟁과 건설사업에서 거둔 성과가 결코 적지는 않다"면서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라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지난 8월에 이어 연거푸 경제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놓인 현 경제 상황이 심각하며 경제난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시급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대북 제재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세 인식은 '일찍이 있어 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 '대내외 형세의 변화 발전', '전례없이 장기화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이라는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존하는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데 있다"면서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당 대회 준비 기간 비상설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해 지난 7차 당 대회 결정 사항 관철에 있어 나타난 문제가 무엇인지 노동자와 농민, 지식인의 현장의 의견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 같이 경제 문제에 집중된 개회사 내용으로 미뤄 이번 당 대회는 '국가 부흥 발전'과 '인민 행복'을 위한 경제난 대책 제시에 방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문제점을 찾고 '주체적 역량 강화'를 주문한 것은 자력으로 경제난을 극복한다는 '정면 돌파전'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경제 재건을 위한 조치는 이미 당 대회 집행부 구성에서 나타났다. 2016년 7차와 5년만에 열린 올해 8차 당대회 집행부 구성을 비교해보면 집행부 숫자 39명은 그대로지만 구성 인물은 74.4%인 29명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집행부 구성원 중 자리를 지킨 것은 김 위원장과 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리일환·김영철·최부일·오수용·최상건 등 10명에 그쳤다. 이중 김덕훈 내각 총리와 박봉주 당 부위원장, 김일철 등 부총리 전원과 최상건 당 과학교육부장 등 경제 과학교육부문 관료들이 대거 포진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7차 대회와 비교해 “군인 대표”는 절반으로 줄고(719→408명), “국가행정경제 일군 대표”(423→801명)와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786→1455명)는 두배로 늘었다.

'당, 정치 일군 대표”도 1545명에서 1959명으로 늘었다. 당을 강화해 ‘군 권력’을 약화시키며 ‘군의 경제 기여’를 독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해온 김 위원장의 지향이 제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경제'를 강조하면서 북한식 경제판을 새롭게 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개회사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구체적 방향을 알 수 없지만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고, 문재인 정부 또한 임기말 국정 방향을 제시하면 관계 모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사실상 대남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집행부에 새로 이름을 올리며 지위를 강화시킨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상케 한다.

그동안 김 제1부부장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강경 입장을 보여왔지만, 북한 경제상황이 심각한 만큼 대남 관계 접근방식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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